[생활 속 과학이야기] 한약재·인삼·한우… DNA로 짝퉁 가린다

입력 2010-05-07 17:54


한약재와 인삼, 한우 등의 가짜, 진짜 여부를 유전자 분석으로 파악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유전자는 특정 형질을 만들어 내는 유전 정보의 단위를 말하는데, 실체는 염색체를 구성하는 DNA의 배열된 방식에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식물도 DNA의 배열 방식이 종마다 다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재원연구센터 김호경 박사팀은 최근 주요 한약 처방에서 사용되고 있는 한약재 ‘하수오’와 ‘백수오’의 위품을 막는 유전자 감별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하수오와 백수오는 허약 체질 개선과 신경 쇠약 치료 등에 쓰이는 한약재다. 이들 한약재는 비싼 가격 때문에 상대적으로 값이 싼 ‘이엽우피소(중국 도입종)’가 유사 한약재로 둔갑해 팔리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산 하수오는 ㎏당 20만원 이상, 백수오는 10만원, 이엽우피소는 2만원선l에 거래되고 있다.

연구팀은 각 한약재의 게놈(genome·유전자 전체)을 분석해 종별로 특이성을 갖는 유전자의 염기 서열을 찾은 후 위품을 구별할 수 있는 ‘유전자 마커용 프리머 세트(DNA의 특정 부위만 증폭하게 하는 인자)’를 개발했다. 하수오와 백수오, 이엽우피소의 DNA 특정 부위를 PCR(중합효소 연쇄반응)로 증폭시켜, 증폭된 DNA의 크기와 수를 비교함으로써 단 한번에 식별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김 박사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과 협력해 현장 실무자들이 누구나 쉽고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키트도 개발할 계획”이라면서 “불법 불량 한약재의 유통을 막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트가 개발되면 이들 한약재 세 가지를 2시간 안에 한차례 실험으로 감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서 농촌진흥청은 2008년 인삼 DNA 분석을 통해 국내 삼과 외국 삼 품종을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 연구팀은 그동안 축적한 국내외 인삼 품종의 DNA 정보를 활용, 국내 품종과 외국산을 판별할 수 있는 ‘STS 프리머 세트’를 개발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4종의 프리머 세트로 천풍과 연풍, 고풍, 금풍, 선풍 등 국내 삼과 미국 삼, 죽절삼 등을 100% 구별 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농진청은 또 유전자 진단을 통해 한우와 수입우, 육우를 구별해 낼 수 있는 차량 이동형 진단시스템을 개발해 현재 실용화하고 있다. 차량 이동형 진단시스템은 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1시간 이내에 DNA를 뽑고 실시간 유전자 증폭장치를 이용해 2시간 안에 유전자를 판별하는 시스템으로, 총 3시간 이내에 한우와 수입 쇠고기, 젖소고기를 약 95% 수준에서 판별할 수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