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정교회 대주교, "정당한 항의와 잔인한 폭력은 근본적으로 달라"
입력 2010-05-07 11:16
[미션라이프] 지난 4~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WCC 주최의 에큐메니컬 담당자 모임이 열렸다. 세계 각국의 교회 연합과 일치 책임자들이 참석한 자리다. 하지만 논의 주제는 교회보다는 그리스 발 유럽 경제위기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그리스정교회 가브리엘 파파니콜라오 목사는 지난 4일 히에로니모스 2세 그리스정교회 대주교와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만났던 사실을 공개했다.
히에로니모스 대주교는 파판드레우 총리에게 경제위기에 처한 국민들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대주교는 “구제금융 여파는 올 여름 이후 훨씬 거세질 것”이라며 “정교회는 성직자들을 훈련해 이번 경제위기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스정교회는 현재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 대한 목회적·심리적 상담, 음식, 의복, 구호품 제공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교는 또 총리에게 일치와 힘, 희망을 강조했다고 파파니콜라오가 밝혔다.
히에로니모스 대주교는 최근 그리스 노조와 시민들의 시위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고, 병원 학교 등 공공기관이 잇따라 폐쇄되고 있는 사실을 언급하며 “정당한 항의는 살인을 불러오는 잔인한 폭력과는 전적으로 다르다”면서 “지금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 그리스 국민들의 지혜와 일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의 위기는 단순한 경제의 위기가 아닌 가치의 위기”라며 “이번 위기를 계기로 겸허한 마음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146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기로 한 그리스는 공무원 월급 삭감, 연금 동결, 연료·주류·담배세 인상 등 강도 높은 긴축정책과 구조조정을 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WCC ‘피조물의 정의 교제 책임’ 위원장인 로게이트 음샤나 박사는 “현 국제 금융시스템을 해체하고 새로운 룰을 적용해야 하지 않는다면 제2의 그리스 사태는 물론 유럽 금융위기, 국제 금융위기는 언제든 일어날 것”이라며 “금융이 실물경제와 이어질 수 있도록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새로운 국제금융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