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계 10년 수수께끼 토종박사들이 풀었다

입력 2010-05-07 04:02

젊은 토종 박사들이 주축이 된 국내외 공동 연구팀이 지난 10년간 풀리지 않은 생명 과학계의 수수께끼를 해결했다.

KAIST 물리학과 윤태영(34) 교수 등 9명의 연구진은 생체막 단백질인 ‘시냅토태그민1’이 신경세포의 통신을 능동적으로 제어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최고 권위 과학저널 ‘사이언스’ 7일자에 게재됐다.

시냅토태그민1은 10여년 전부터 신경전달 물질 분출을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로 알려져 왔지만 아무도 그 기능을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신경세포 간에 통신이 발생하려면 신호를 전달하는 쪽에서 신경전달 물질을 내보내고, 전달받는 쪽에서 이 물질을 감지해야만 가능하다.

연구팀은 시냅토태그민1이 신경세포 통신의 강약을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즉 신경세포 내에 적정 농도의 칼슘 이온이 유입되면 시냅토태그민1은 신경전달 물질을 빠르게 분출하지만, 적정 농도 이상의 칼슘이 유입되면 오히려 그 기능이 감소된다는 것이다. 또 시냅토태그민1을 생체막으로부터 분리하면 제어 스위치 기능이 상실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윤 교수는 “세포의 겉껍질인 생체막 단백질은 물질 수송 등 세포 내 필수적 역할을 담당하는데 암, 당뇨, 비만 등 각종 질병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면서 “향후 이를 타깃으로 한 신약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를 주도한 윤 교수는 2004년 서울대에서, 이한기(33) KAIST 물리학과 박사후 과정생(post-doc)은 2006년 명지대에서, 성균관대 생명공학부 권대혁(38) 교수는 2005년 서울대에서 각각 박사 학위를 받은 토종 박사다. 이밖에 이들과 함께 연구에 참여한 고등과학원 현창봉(37) 교수, KAST 물리학과 박사과정 이태선(29) 이홍원(23), 성균관대 박사과정 양유수(26)씨 등 7명이 만 40세를 넘지 않은 신진 연구자들이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