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김정일 방중 허용은 주권문제”… “천안함 北소행 보도는 추측” 한국 정부에 불만 표출
입력 2010-05-06 21:42
중국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방중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불만 표시에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어떤 국가 지도자의 방문을 받아들이는 것은 중국의 내부 문제로 주권의 범위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한국 정부가 천안함 침몰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을 허용한 중국에 항의했다는 보도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장 대변인의 발언은 한국이 내정간섭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장 대변인은 이어 “두 가지(김 위원장 방중과 천안함 침몰 사건)는 별개 문제”라며 한국의 과잉반응에 이의를 제기했다. 또 천안함 침몰 사건이 북한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는 각국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기자가 제기한 문제는 언론의 보도이자 추측”이라고 일축했다. 장 대변인은 6자회담과 관련,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의 장기적 안정을 도모하는 가장 바람직한 채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유관 당사국들과 대화와 소통을 유지하면서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전날 있었던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진전된 발언을 했음을 암시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 4일 장신썬 주한 중국 대사와 면담한 자리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혀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대해 우려의 뜻을 표한 것이란 관측을 낳았다. 앞서 신각수 외교통상부 1차관은 3일 오후 장 대사를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로 초치해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전 통지나 언질을 주지 않은 데 유감을 표시한 바 있다.
중국 정부의 대외 입장을 대변하는 환구시보는 이날 중문판과 영문판에서 ‘중국의 김 위원장 환대에 한국이 불만을 표출했다’는 요지의 기사를 1면 톱으로 보도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중국국제문제연구소 북한문제 전문가인 진린보(晋林波) 연구원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중·북관계를 간섭한다”며 “북한 지도자가 중국을 방문하는데 한국이 문제 삼는 건 도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랴오닝 사회과학원 뤼차오(呂超) 연구원도 “김 위원장 방중 일정과 천안함 침몰 사건은 관계가 없다”며 “한국이 김 위원장 방중에 대해 중국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 인터넷 사이트인 환구망은 이날 ‘한국이 김 위원장 방중과 관련, 중국에 대한 언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환구망은 9064명의 누리꾼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69.1%인 6265명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답을 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