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덮친 유럽발 쇼크] “글로벌 더블딥 없겠지만 단기간 끝날 일 아니다”
입력 2010-05-06 21:36
불안이 시장을 장악했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던 ‘유럽 소버린 리스크(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졌다.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등 유럽에서 재정 건전성이 나쁜 국가 이름이 차례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2차 위기가 올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물경제보다 앞서 회복 흐름을 탔던 금융시장에서 조정의 빌미를 찾다 ‘위기의 전염성’에 주목한 것으로 분석했다. 단기 충격에 더 무게를 두는 이유다. 문제 해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어 글로벌 더블딥(경기 침체 후 잠시 회복기를 갖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 수렁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왜 다시 소버린 리스크인가=충격은 그리스의 반정부 시위 악화, 스페인의 신용등급 하향 우려에서 출발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5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용등급을 현재 ‘Aa2’에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S&P가 스페인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낮춘 데 이어 무디스, 피치도 스페인 신용등급을 낮출 것이란 전망이 급속도로 퍼졌다. 토러스투자증권 김승현 리서치센터장은 “그리스 문제는 글로벌 차원에서 견딜 수 있다. 그러나 그리스가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유럽연합(EU) 4위인 스페인으로 번지면 대책이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스페인으로 표출된 충격파 이면에는 재정위기를 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한수 국제금융실장은 “국제통화기금(IMF)과 EU 지원액은 그리스가 2∼3년 정도 디폴트(채무 불이행)로 가는 것을 유예할 금액”이라며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것도 2∼3년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오성진 리서치센터장은 “유로존 경제 타격이 커지면 유로화 시스템 자체가 버티지 못하게 된다. 이것이 재정적자가 큰 미국 등으로 전이되면서 글로벌 통화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는 근본적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스크는 지속되지만 파국은 없다?=전문가들은 시장의 불안감을 과도한 반응이라고 봤다.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고, 해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글로벌 더블딥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오 센터장은 “스페인은 그리스보다 경제 기초체력이나 재정 방어력이 높다. 또 프랑스 독일 미국 등의 경기 회복세가 좋아지고 있다. 재정위기가 단기간 마무리되기 어렵겠지만 글로벌 경제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글로벌 더블딥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조기 대응이나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참여자들이 단기 조정의 구실을 찾다 ‘소버린 리스크 확산’을 포착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국제금융센터 정형민 조기경보실장은 “금융시장이 정책적 저금리에 기반을 두고 실물경제에 앞서 강한 회복 흐름을 탔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며 “단기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유동성에 문제가 없어 불안심리가 잠들면 금융시장은 다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경제 영향 제한적”=금융위원회는 6일 재정위기 가능성이 거론되는 유럽 국가와 우리나라의 금융거래 규모가 작은 수준이어서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우리 경제가 경기 회복 흐름을 지속하는 데 지장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금융시장은 단기 충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 1660선이 붕괴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며 “소버린 리스크를 상쇄할 정도의 경제지표 관련 호재가 나온다면 투자심리가 나아질 것”이라고 봤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부각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우리선물 변지영 연구원은 “아시아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기 회복에 탄력을 받고 있어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