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잘나가는 팀에는 ‘깜짝 스타’가 있더라

입력 2010-05-06 18:41

성적이 좋은 팀에는 ‘깜짝 스타’가 있다. 주전 선수의 부상과 부진으로 팀이 흔들릴 때 공백을 메워주는 선수가 스타로 떠오를 만큼 활약해주면 팀 성적은 오를 수밖에 없다.

고졸 2년차인 LG 유격수 오지환은 훈련 도중 필요한 장비를 가지러 덕아웃으로 들어올 때 “오지환 선수, 파이팅”이라고 한 마디 던져주면 그 자리에서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한다. 박종훈 감독이 그 모습을 보고 빙긋 웃으며 가볍게 손뼉을 쳐주면 감독을 향해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고함을 지르며 꾸벅 인사를 한다. 옷깃만 스쳐도 관등성명을 대는 이등병의 모습 그대로다.

실책도 많고 아직 부족한 점 투성이지만 박 감독은 “올해까지는 헤맬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빨리 성장하고 있다”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해까지 주전 유격수였던 권용관의 부상 공백에 따라 갑작스레 주전이 됐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크다는 얘기다.

지난 4일 두산 임태훈을 상대로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리는 모습은 경기고 재학 시절 초고교급 선수로 기대를 모았던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삼성의 대졸 2년차 외야수 오정복은 팀 내에서 개그맨으로 통한다. 선배 타자들의 타격 자세를 따라하는데 손동작은 물론 입으로는 등장 음악을 흥얼거려 지켜보면 웃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제 그는 더 이상 덕아웃의 스타가 아니다. 팬들이 그를 연호하는, 그라운드의 스타로 부상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첫 선발 출장한 지난 2일 선제 타점과 동점 홈런, 결승 홈런을 쳐내며 ‘원맨쇼’를 벌였다.

오정복은 4일 경기에서도 홈런을 쳐냈고 5타수 1안타에 그친 5일 경기에서는 수비로 눈도장을 찍었다. 1회초 좌중간으로 빠지는 2루타성 타구 2개를 잇따라 잡아내는 호수비로 선취점을 뺏길 위기를 막아냈다.

SK 외야수 임훈도 ‘깜짝 스타’다. 2004년 입단 후 별다른 활약이 없었던 그는 일반 사병으로 현역 복무를 한 뒤 신고선수로 SK에 복귀했다.

박재상의 초반 부상 등으로 기회를 잡은 그는 지난달 20일 데뷔 첫 홈런을 동점 2점 홈런으로 장식하며 역전승의 주역이 됐고, 이후 정확한 타격과 빼어난 수비능력으로 최강팀 SK 라인업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