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록도를 적신 사랑과 나눔의 선율

입력 2010-05-06 17:49

전라남도 고흥반도 끝자락에 자리한 소록도. 지난해에 연륙교가 만들어져 섬도 아니지만 아직도 세상에서 가장 먼 땅으로 여겨진다. 상처받은 영혼이 살아가는 격리의 공간이자 형극의 땅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현재 700여명의 한센병 환자가 7개 마을에 흩어져 살고 있다.

이곳에 그제 진객이 방문했다.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필하모니아 교향악단과 가왕(歌王) 조용필씨가 찾은 것이다. 필하모니아는 이곳에 임시로 마련된 무대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운명’을 연주했다. 환우들에게 서양의 클래식 음악은 벅차고 ‘운명이 문을 두드린다’는 주제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겠다. 그러나 환우들은 “마음에 평화를 느낄 수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음악은 모든 것을 뛰어넘는 사랑의 언어임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환우들은 이어진 조용필씨의 무대에 더욱 환호했다. 조씨는 필하모니아의 반주에 맞춰 자신의 히트곡 ‘친구여’와 ‘꿈’을 열창했다. 노래를 마친 조씨가 “소록도가 먼 곳인 줄 알았는데 가까웠고 다시 오고 싶다”고 말하자 관객들은 따뜻한 박수로 반겼다. 조씨의 공연은 문화적 향기에 목말라하던 소록도 주민들에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이날 공연이 있기까지 로더미어 자작 부인(한국명 이정선)의 역할이 컸다. 2004년부터 소록도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그녀의 제안으로 런던필의 지휘자 아슈케나지와 조용필씨가 무료로 출연했다. 최근 자선재단을 설립한 그녀는 “한센병 환자들이 찬송가나 하모니카 연주를 즐기는 것을 보고 음악은 몸과 마음의 고통과 슬픔을 달래준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소록도에서 펼쳐진 아름다운 무대는 나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데 의미가 있다.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영국 왕세자가 영상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은 주민들에게 기쁨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기에 충분했다. 음악은 국경과 인종을 넘어 감동을 전할 수 있기에 의미가 큰 것이다. 공연을 계기로 한센병 환우들이 더 큰 희망으로 삶을 노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