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안함 괴담 누가 만드나 했더니

입력 2010-05-06 17:49

천안함 사고 원인이 수중 폭발로 결론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터넷에는 황당한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최신판은 “천안함 스크루가 그물을 감고, 그물이 철근이 들어있는 통발을 끌어당기면서 우리 군이 깔아놓은 기뢰를 격발시켰다”는 가설이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 비서관을 지낸 박선원씨가 제기했다. 박씨는 또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한국 정부가 갖고 있으면서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자료를 미국이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9시 15분부터 22분 사이에 천안함이 어디서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속도는 얼마였는지 하는 정확한 정보와 항적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박씨 주장이 얼마나 황당한지는 금세 드러난다. 9시 15분에서 22분까지 이른바 ‘사라진 7분’은 사고발생 시간에 대한 의문제기다. 발생 시간이 오락가락한 것은 보고 과정에서 생긴 혼란 때문인 것으로 이미 해명됐다. 실종 사병과 가족 간 통화가 9시15분에 갑자기 끊어진 게 사고발생 시간과 관계 있다는 주장이 초기에 제기됐으나 그 시간 이후에 다른 통화도 있었던 사실도 밝혀지면서 사라진 7분은 더 이상 거론되지 않는다. 박씨는 언론 보도의 일부분만 보고서 엉뚱한 주장을 한 것이다.

그는 천안함이 인양되자 “함미 스크루 사진을 보면 약 15m 정도의 그물이 딸려 올라오고 있다”며 천안함이 그물에 걸렸다는 자신의 가설을 뒷받침하려 했다. 그러나 그가 말한 그물은 천안함 갑판에 놓여있던 다용도 밧줄이 선체 밖으로 늘어뜨려진 것으로 스크루와는 떨어져 있다. 박씨는 미국대학에서 국제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군사지식은 일반인보다 특별할 게 없다. 박씨는 지금 워싱턴의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천안함을 손바닥 보듯 분석하고 있다.

요컨대 박씨는 천안함이 북한에 당한 게 아니라 우리 쪽 원인에 의한 사고라는 말을 하고 싶어 터무니없는 가설로 국군을 욕보이고 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박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최근 검찰에 고소했다. 잘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