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효행 으뜸 ‘한국의 룻’이 되다… 베트남 출신 티홍니씨·필리핀 출신 카투토씨
입력 2010-05-06 18:59
한 여성은 ‘가족도 얻고 신앙도 갖게 됐기 때문에 한국에 오길 잘했다’고 말했다. 다른 여성은 ‘한국에 와서 한 남자를, 자녀들을 신앙으로 인도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했다. 각각 베트남과 필리핀 출신으로 자란 환경과 나이, 생김새는 달랐지만 바라보는 길은 같았다. 신앙 안에서 행복한 가정을 일궈 나가기 위한 길이다.
한국기독교가정생활협회(회장 남기탁 목사)가 55회 가정주간 기념예배를 드린 6일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대강당에는 웃음소리가 넘쳤다. 협회가 수여하는 55회 장한 며느리상 수상자인 베트남 출신 김 티홍니(22)씨 가족과 9회 가정평화상 수상자 달린 조이 카투토(33)씨 가족에게서다. 두 가족의 표정을 보면 평소 가정 분위기도 꼭 그렇게 밝으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7개월 된 손녀 사랑이를 돌보는 아들 박윤호(44) 집사와 김씨 부부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시어머니 하경순(76·경기 오포 양문교회) 권사는 “우리 며느리는 상 탈 만하다”고 말했다. “매사 긍정적이어서 좋아요. 얼마 전 내가 아팠는데, 누구한테 배웠는지 죽을 딱 우리식으로 끓여왔더라고. 요즘 이런 며느리를 어디서 보겠어요?” 특히 신앙생활에 열심인 점이 제일 예쁘다며 “성경도 잘 읽고, 여전도회에서 봉사도 한다”고 칭찬이 이어졌다.
2008년 말 한국에 왔음에도 한국어가 유창한 김씨는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배우는 데 교회 언니가 도움을 많이 주셨고, 교회에 가면 마음이 편하고 좋아요”라고 했다.
카투토씨는 반대로 한국에 와 가족을 신앙으로 이끈 경우다. 아버지가 개신교 목사라는 그는 “한국에 오면 교회에 다닐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다 같이 신앙생활을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가 ‘가정평화상’을 받게 된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1999년 만나 결혼한 뒤 3년 전 큰 병을 앓아 지금도 투병중인 남편 조길환(42)씨에다 윤희(9·여) 유순(8·여) 세현(7) 3남매, 키울 사람이 없어 맡게 된 네 살배기 친척 아이, 70대 시어머니까지 모두 혼자 돌봐야 하는 처지임에도 밝고 명랑한 가정을 일궈왔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교회에 다녔지만 아내를 만난 뒤 진정한 신앙을 갖게 됐다는 남편 조씨는 아내에 대해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복덩이”라고 했다.
카투토씨는 자신의 강점인 영어 실력으로 현재 다니고 있는 전남 나주시 나주교회에서 영어회화교실을 열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교회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두 여성은 ‘장한 며느리상’과 ‘가정평화상’의 첫 다문화인 수상자다. 남기탁(복된교회 목사) 회장은 “올해 협회가 펼치는 ‘다양한 가정 함께하는 세상’이라는 주제의 가정평화 운동의 취지로 볼 때 다문화 가정에 상을 수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돼 수상자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송정숙 총무는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은 서로에게 ‘왜 나와 다르냐’고 탓하기 쉬운데, 이들 가족은 서로 ‘다름’을 긍정하고 배워가는 모습이 이름다웠다”며 “다문화 가정뿐 아니라 모든 가정에 어떻게 하면 ‘가정 평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는 가족들”이라고 평가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