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상품 발굴·트렌드 이끌 아이디어 찾아라… 백화점 CMD는 지금 해외출장 중
입력 2010-05-06 18:38
지난해 9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프로젝트 쇼’. 리바이스와 트루릴리전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최신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쇼에 롯데백화점 영(Young)패션팀이 떴다. 프리미엄 청바지로 인기가 높은 트루릴리전 청바지를 직접 구매하기 위한 출장이었다.
백화점 상품기획자(CMD)들이 전 세계를 누비며 대박 브랜드 상품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해외 최신 트렌드를 발 빠르게 접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따라잡기 위해선 국내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직매입·직소싱을 통해 ‘우리만의 상품’을 발굴하고 중간 마진을 없애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라스베이거스 프로젝트 쇼를 찾은 롯데백화점 CMD들은 인기 상품을 체크하고 주문할 청바지를 골랐다. 생산공장도 직접 둘러봤다. 롯데백화점은 이렇게 직매입한 청바지를 10만원 가격대에 내놨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트루릴리전의 스테디셀러인 ‘빌리·조이 슈퍼 T라인’을 기존보다 20% 이상 저렴한 가격에 선보였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영패션 상품본부 성기환 CMD는 1년에 4∼5차례 해외출장을 간다. 2008년 8월엔 지퍼를 처음 만든 회사로 잘 알려진 ‘디키즈’ 미국 본사를 찾았다. 디키즈 측에선 백화점 바이어가 직접 찾아가 상품 직매입 취지를 설명하고 논의하자 신뢰를 보냈다.
롯데는 3만개의 가방을 들여와 지난해 2월 서울 소공동 본점을 비롯해 전국 21개 매장에서 판매에 들어갔다.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다 팔렸다. 디키즈 본사 측에서 오히려 “롯데백화점에 로열티를 주겠다”는 농담을 건넬 정도였다. 이렇게 맺은 인연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엔 세계 최초로 한국에 ‘더디키즈’ 라인을 출시했다. 한국인 체형에 맞는 스키니 진이 주력 상품이다.
성 CMD는 “2008년까지만 해도 1년에 한번도 해외출장을 가지 않는 바이어들이 많았지만 이후로 사정이 달라졌다”며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워낙 높기 때문에 그보다 앞서 트렌드를 파악하지 못하면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말쯤 다시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유명 브랜드의 공장이 모여 있는 중국에서 가을·겨울 시즌 트렌드를 미리 파악하기 위해서다.
신세계백화점 편집매장 ‘루키블루’ 이혜원 부장은 지난 1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남성복박람회 ‘피티워모’(Pitti Uomo)에 다녀왔다. 오는 9월 강남점에 문을 열 40대 중년 남성을 위한 고급 비즈니스 캐주얼 편집매장에 들여올 브랜드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해 6월 시장조사 차 피렌체를 방문해 매장 콘셉트와 맞는 브랜드를 대강 추렸고 이번 출장에선 샘플을 보고 상품을 골랐다. ‘이사이야’ 등 20개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부장은 “시즌마다 뜨고 지는 브랜드가 있기 때문에 현지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트렌드를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직매입 대상은 패션 브랜드뿐 아니다. 농·수산물도 직접 공수해온다. 현대백화점 상품본부에서 수산물 매입을 담당하고 있는 임현태 바이어는 지난해 4월 생태 직매입을 위해 일본으로 날아갔다.
백화점들은 앞 다퉈 해외 직소싱·직매입을 지원하고 있다. 롯데는 올해를 ‘상품 차별화 원년’으로 삼고 롯데만의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CMD가 경쟁력 있는 상품을 발굴·기획할 수 있도록 1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만 총 250차례 해외출장을 보내고 실적이 좋은 CMD의 연봉은 1억원으로 올려주기로 했다. 지난해 60개 품목 450억원 규모였던 직매입 상품을 올해 180개 품목 총 1000억원 규모로 확대할 방침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상품 기획 및 발주를 위한 해외 출장을 연 2회에서 올해부터 4회로 늘리기로 했다. 우수한 CMD에게는 일본이나 홍콩 등 해외 연수의 기회도 준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직매입 상품 비중은 전체의 5% 수준이지만 향후 15∼2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