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덮친 유럽발 쇼크] 다음은 영국?… 재정적자 EU 회원국 중 최고

입력 2010-05-06 23:27

유럽 경제에 잇단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영국의 재정적자가 올해 유럽연합(EU) 회원국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면서 유럽의 경제 강국인 영국에 대한 신용등급 하락 우려마저 제기됐다. 또 그리스발 재정위기 심화로 인해 은행 간 거래를 회피하는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 초기 조짐이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유럽 강국 영국 너마저?=EU 집행위는 5일(현지시간) 영국의 재정적자가 올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해 27개 회원국 중 적자 비율이 가장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날 공개한 춘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다. 영국의 재정적자 전망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위기 진원지인 그리스의 올 9.7% 목표치보다 높다.

가디언은 “6일 총선에서 어느 당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 연정이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런 취약한 정부가 재정적자 감축을 신속히 이뤄낼지에 금융시장의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BNP파리바 런던 소재 애널리스트들은 차기 영국 정부의 불투명성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영국의 신용등급이 최고인 AAA에서 강등될 확률이 약 50%라고 분석했다.

◇유럽판 리먼브러더스 사태?=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초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 보도했다. 은행 간 거래 회피 현상이 그리스 위기가 처음 불거진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일부 은행의 붕괴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등 유로존 위기가 정부에서 시작돼 민간으로 전염되는 형국이다. 재정 취약국들의 은행 간 초단기 차입이 크게 늘어난 게 불안한 신호라고 FT는 전했다. 유럽 자금시장의 하루 거래량 4500억 유로의 90%가 이런 초단기 차입인 것으로 분석됐다.

FT와 함께 이를 분석한 아이캡 관계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일부 중소 은행은 벌써 차입줄이 막혔다”면서 “아직 리먼 사태 때처럼 심각하지는 않으나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6일 그리스 재정위기가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 여타 유럽국의 은행 부문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무디스는 그리스 재정위기의 민간 은행 부문 전염 여부는 그리스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책에 대한 시장 평가에 달렸다고 밝혔다.

◇ECB, ‘아직 심각한 건 아니다?’=포르투갈 리스본에서 6일 개최된 유럽중앙은행(ECB) 정례 금리 회의에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스페인 포르투갈 등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ECB가 특단의 조처를 취할 것이란 기대가 높았었다. 유로 국가 채권을 직접 인수하는 ‘핵폭탄급 옵션’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유로 국가 채권 인수 등의 지원 방안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상황이 다르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ECB는 예상대로 기준 금리를 현행 1% 수준으로 1년째 동결했다.

한편 유로존 재정위기의 화약고인 그리스의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는 6일 대규모 항의 시위에도 불구하고 구제금융 조건으로 실시하는 긴축 조치의 후퇴는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밝혔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