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때 美 입양 청각장애인 눈물의 쪽지 “30년전 헤어진 가족 어디에… 120다산콜센터 통해 상봉”

입력 2010-05-06 21:53

서울시의 민원 상담기관인 120다산콜센터가 30년 전 헤어진 가족을 찾아줬다.

120다산콜센터 소속 김향(25·여) 수화상담원은 지난 3월 말 미국으로부터 한 통의 온라인 메신저 쪽지를 받았다. 미국 워싱턴DC에 사는 청각장애인 김모(39·여)씨가 보낸 쪽지엔 ‘가족을 찾고 싶다’는 절절한 사연이 담겨 있었다.

김씨는 9세 때 미국에 입양됐다. 당시 김씨의 부모는 6남매를 키우기엔 집안 형편이 어려웠고, 국내에 장애인에 대한 복지제도가 전무했던 터라 어렵게 입양을 선택했다. 그러나 딸을 보낸 지 1년 만에 연락이 끊겼다.

김 상담원은 김씨의 이름과 그가 어린 시절 다녔다는 청각장애인학교인 충주성심학교에 전화를 걸어 김씨의 가족을 수소문했다.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어려웠다. 하지만 다행히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수녀와 연락이 닿아 가족을 찾는 데 성공했다.

김씨의 가족은 미국으로부터 연락이 오기를 29년간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의 어머니 박모(71)는 김 상담원에게 전화해 울먹이면서 “고맙다”는 말을 거듭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25년 전 “딸이 보고 싶다”는 유언을 남기고 사망했고, 어머니는 김씨의 오빠(44)와 충주에 살고 있다. 가족은 김씨와 이메일을 통해 만났으며 다음달 김씨가 한국에 들어와 30년 만에 해후할 예정이다. 김씨는 현재 워싱턴DC의 농아학교에서 멀티미디어 기술자로 일하고 있다.

김 상담원은 7일 “수화 상담을 통해 30년이나 떨어져 지낸 가족을 찾아줘서 무척 뿌듯하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