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도의 날' 맞은 미국, 논란은 계속

입력 2010-05-06 16:21

[미션라이프] ‘국가 기도의 날(National Day of Prayer)' 위헌 판결로 미국 사회가 논란에 휩싸였다. 국가 기도의 날은 지난 58년간 역대 대통령들이 선포해 온 기념일. 그러나 정교분리와 종교 자유에 관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미 교계는 충격에 빠졌다. 미 법무부가 해당 판결에 항소를 제기했고, 사태는 더욱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각)은 기도의 날이다.

AP 등에 따르면 기도의 날 명예의장인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는 이날 미 국방부 ‘펜타곤’ 밖에서 기도회를 열기로 했다. 그레이엄 목사는 당초 펜타곤 기도의 날 초청 연사였다. 펜타곤측은 위헌 판결에 무슬림 반발을 이유로 초청을 취소했다. 그레이엄 목사는 법에 저촉되더라도 물러날 수 없다며 옥외 기도회라도 인도하기로 했다.

위헌 판결은 지난달 위스콘신주 연방법원 바바라 크랩 판사가 내렸다. 크랩 판사는 판결문에서 “정부가 특정 종교 행위를 지지하고 권고하는 기도의 날은 정교 분리와 개인의 종교 자유에 관한 미 연방헌법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무신론 단체 ‘종교로부터의자유재단’은 2008년 10월 국가 기도의 날 폐지를 주장하며 정부와 국가기도의 날 운영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이 나자 단체는 전국 주지사와 인구 3만명 이상의 시장들에게 기도의 날 행사 취소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오바마 행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역사적 전통에 따라 기념일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지난달 22일 항소를 제기했다. 일부 보수 정치 지도자들은 국가기도의 날 수호를 위한 결의안도 내놨다.

국가 기도의 날은 1952년 미 양원의 합동 결의 사항으로 통과돼 해리 트루먼 정권 때 법제화된 기념일이다. 1988년 레이건 대통령 때부터 매년 5월 첫째 주 목요일에 공식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어찌됐건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전통에 따라 “기도와 명상으로 하나님께 의지하라”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한다.

한편, 지역지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는 ‘미국이 기독교 국가인가’를 묻는 온라인 설문을 진행중이다. 6일 새벽 1174명이 참여해 59.8%인 702명이 ‘그렇다’고 답했고, 38.7%인 454명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이경선 기자 boky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