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후진타오 정상회담] 두터운 신뢰속 ‘혈맹’ 재확인

입력 2010-05-06 00:24

천안함 사태에도 불구하고 북·중 관계는 두터운 신뢰를 여전히 과시하고 있다. 3일부터 시작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후진타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결정적인 징표다.

한 외교소식통은 5일 “중국으로서는 김 위원장의 방중을 거부할 경우 고립된 북한이 보다 모험적인 카드를 택해 한반도 정세가 더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적으로도 중국은 북·중 관계와 북핵 문제를 철저히 분리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천안함 사태와 북핵 문제를 연계시키는 것과는 상반된 스탠스다.

북한 역시 북·미 관계와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이 길어지면서 북·중 관계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이 이번 중국 방문에서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는 것도 ‘북·중 우의’를 과시하려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방중은 천안함 사태와 무관하게 예정된 일정이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북한은 이번 방중 카드를 활용해 국제적으로 고립된 분위기를 전면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대북 정책은 지난해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다시 북한을 포용하는 정책으로 바뀌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해 7월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재외공관장들이 모여 대북정책을 논의했고,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해 포용해나가는 정책으로 선회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북정책이 선회한 것은 2006년 7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조에 가담했지만, 북한은 두 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과거보다 공격적인 행태를 보였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도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북정책 전환 이후 지난해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방북과 지도부 교환 방문 등 북·중 관계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에 김 위원장의 방중 허용과 후진타오 주석과의 정상회담도 연장선상의 조치라는 평가다.

북·미 관계와 남북관계의 대립 축이 강화될수록 전략적으로 북한은 중국을 당기는 힘이 더 커지고, 중국 역시 북한을 내칠 수 없는 상황에 빠지는 것이다.

다만 천안함의 침몰 원인이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날 경우 북·중 관계는 중대한 시험대에 오를 수도 있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서 북한을 마냥 비호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명확한 물증이 나오면 중국 정부 역시 국제사회의 대응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