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제원조·대규모 투자약속 ‘선물’ 받은 듯

입력 2010-05-06 00:21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에서는 6자회담 문제와 대북 경제 원조 등 양국 간 현안이 밀도 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 재개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6자회담 재개에 대해 김 위원장이 보다 구체적인 언급을 내놨을 것으로 보인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5일 “최소한 지난해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북 때 언급보다는 진전된 메시지를 후 주석에게 전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북·미 양자회담의 상황을 지켜본 뒤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북·중 관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북한이 경제 지원 측면에서 중국의 묵직한 선물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표현도 그다지 인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천안함 사태는 두 정상 간 회담 테이블의 주 의제가 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천안함 사태는 아예 언급이 되지 않았거나, 후 주석이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평화가 매우 중요하고 각자 책임있는 행동을 해야 할 것’이라는 정도로 에둘러 언급했을 가능성이 크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미 천안함 사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혀 중국이 자꾸 추궁하듯 거론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경제협력=중국은 4년 4개월 만에 베이징을 다시 찾은 김 위원장에게 경제 원조와 대규모 투자 약속이라는 ‘선물’을 안겼을 것으로 보인다.

한 북한 전문가는 “연초에 이미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이 자본금 100억 달러 유치를 선언한 상황에서 중국이 이미 30억 달러 이상을 약속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에는 대풍그룹의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도 배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북·중 간 합의된 중국의 동북3성과 북한을 연계시키는 경제 개발 프로젝트의 차질 없는 추진도 다시 언급됐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양국은 랴오닝(遼寧)성 연해경제벨트를 신의주 특구와 연계시키고, 지린(吉林)성의 창지투(창춘~지린~투먼) 선도구 개방 사업과 나선 특구를 연결하는 경협 프로젝트를 구상해 실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수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원 총리의 방북 때 이미 중국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북 투자를 약속했기 때문에 이를 재확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국간 유대 재확인=두 정상은 항미원조(抗美援朝, 6·25) 60주년을 맞아 혈맹으로 시작된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두 차례의 핵실험으로 삐걱대던 양국관계를 지난해 수교 60주년을 맞아 복원했기 때문에 인사 교류 등을 대폭 확대해 전통적인 혈맹 관계를 차세대까지 이어나가자는 덕담을 주고받았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알려진 3남 정은의 동행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2012년부터 중국을 이끌 5세대 지도부인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 등에게 양국관계의 변함없는 발전을 당부하는 식으로 협조를 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