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순국·생존자 자녀들, 어린이날 맞아 함박웃음 되찾아준 ‘특별한 선물’
입력 2010-05-05 21:24
“엄마 내 (선물) 받았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를 겪은 생존자 김수길 상사의 큰딸 나영(초5)양과 아들 건우(초3)군은 학교에서 돌아와 현관에서 신발을 벗자마자 엄마인 유미숙(37)씨를 불러댔다.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에 있는 해군아파트 자택으로 들어온 두 아이는 학용품이 담긴 선물꾸러미와 3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가슴에 꼭 안고 있었다. “엄마 내가 착한 일해서 선물 받은 거예요.”
선물 꾸러미에는 공책 연필 자 수첩 샤프 등이 들어 있었다. 오누이는 웃으며 학용품을 서로 나눴다. “이건 건우 니 해라.” “샤프는 누나가 가지면 되겠다.” 오누이의 얼굴에는 ‘5월의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만난 것처럼 설렘이 가득했다.
오누이가 다시 웃음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원정초등학교 동문회와 LH공사 평택직할사업단의 배려 덕분이다. 이날 오전 두 단체는 천안함 침몰 사고를 겪은 생존자와 순국자들의 자녀들, 형편이 어려운 초등학생 30여명에게 학용품 세트와 3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전달했다. 학교 측은 행여 학생들이 상처를 받을까봐 “착한 어린이들에게만 선물을 준다”며 과학실에 아이들을 불렀다.
아버지가 생각나는지 시무룩한 학생도 있었다. 고 남기훈 원사의 첫째아들 재민(초6)군은 활짝 웃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말수가 없었다. “재민이는 꿈이 뭐야?” “해군이요.”
원정초동문회 하영수 운영위원장이 묻자 재민군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사고 이후 엄마와 외할머니에게 “울면 안돼∼”라고 캐럴을 부르며 위로하던 어른스러운 재민군은 아버지 같은 ‘바다의 영웅’이 되고 싶다. “아버지는 나라를 위해 돌아가신 거니까 자랑스럽게 생각하자.” 아내 지영신(33)씨는 애써 웃으며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이야기해 왔다.
하 운영위원장은 “재민이만 말수가 적어 마음에 남았다”며 “지난달 24일 동문회 정기총회를 하다가 즉석에서 아이들을 돕자는 의견이 나와 60만원을 모금했다”고 말했다.
어린이날인 5일. 남 상사의 집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과 피자가 배달됐다. 저녁 무렵에는 남 상사의 동생인 남기민(32)씨 부부 등 친척 4명이 방문해 함께 갈비 집에서 작은 파티를 열었다.
박유리 최승욱 김수현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