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사흘째] 허찔린 외교… 對中관계 ‘북한 변수’ 새로운 숙제
입력 2010-05-05 21:31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5일 이뤄지면서, 한국과 중국 관계도 긴박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한·중 양국의 냉랭한 기류는 일단 우리 당국자들이 일제히 진화에 나서면서 수습국면으로 전환되는 모양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중국이 우리에게 섭섭해하는 심정도 있겠지만, 우리는 반드시 해야 할 얘기를 한 것”이라며 “다만 이런 식으로 양국 갈등이 확산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추가적인 대응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 한국과 중국은 김 위원장의 방중을 둘러싸고 서로 섭섭해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중국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후 3일 만에 김 위원장의 방문을 받아들이고, 이를 사전에 알려주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이는 천안함 사태와 관련, 중국이 북한 입장을 대변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중국도 한국의 불만 표시에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고, 청와대 내부에서는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실수’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현 장관은 4일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의 부임인사 자리에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중국의 책임있는 조치를 강하게 요구했고, 중국 측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이제 관심은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의 정상회담 내용으로 모아진다. 북한과 중국이 6자회담 재개와 천안함 사건, 경제지원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한 결과물은 이후 한반도 주변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러한 내용들을 확인하고,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 긴급한 과제를 안게 됐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우리에게 북한과의 회담 내용을 알려주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북한과의 문제를 다른 나라에 얘기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통적인 혈맹 관계를 강조하는 중국과 북한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전략적인 고민도 떠안게 된 셈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실용외교노선을 내걸고 2008년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다. 이전 ‘협력 동반자 관계’보다 한 단계 격상된 관계다. 청와대는 그동안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외교 안보 분야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관계”라고 설명해 왔다.
이미 중국은 한국의 제1 무역상대국으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까지 검토되는 단계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 방중 사건을 계기로, 외교 안보 분야에서 중국의 북한 중시 입장이 드러났다.
때문에 한국이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북한 변수’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가 중국과 논의할 때 북한 변수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새로운 숙제가 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