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사흘째] 中 최고지도부 대거 만찬 참석 ‘우의’ 과시

입력 2010-05-06 00:21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간 5일 정상회담과 이후 만찬은 ‘혈맹’관계를 과시하듯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베이징 소식통들이 전했다.

오후 5시30분쯤(현지시간) 시작된 정상회담에서는 먼저 후 주석이 따뜻한 환영의 뜻을 전하고 김 위원장이 답례인사를 하면서 부드럽게 시작됐다. 특히 김 위원장이 다롄(大連)과 톈진(天津)에서의 시찰 결과를 바탕으로 중국 개혁개방의 성과를 추켜세우자, 후 주석은 김 위원장의 경제개발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회담에는 북한 내 중국통인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김 위원장을 보좌해 참석, 경협문제를 다룬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장은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의 초대 이사장을 겸임하면서 외자유치를 총괄하고 있다.

이후 장소를 옮겨 개최된 만찬에서는 양국 간 우호관계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향후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 의지를 과시했다. 만찬장 앞 무대에서는 환영연회도 개최됐다. 중국 측에서는 특히 후 주석 외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중국 최고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대부분이 참석해 북한에 대한 애정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밤 다롄을 출발한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오전 7시30분쯤 톈진 동역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당초 베이징으로 직행할 것이란 예상을 뒤엎은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톈진시 장가오리(張高麗) 당서기와 황싱궈(黃興國) 시장 등의 환영을 받고 환담을 나눈 뒤 장가오리 서기의 안내로 곧바로 빈하이신구(濱海新區)로 가 보세구역과 항만시설을 둘러봤다. 김 위원장은 이어 톈진시 영빈관에서 장가오리 서기 등 지도자들과 함께 오찬을 한 뒤 오후 2시쯤 승용차로 베이징으로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고급 승용차 40여대가 톈진-베이징 간 고속도로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톈진에 있던 특별열차는 오전 11시40분쯤 베이징역에 도착했다. 열차가 역에 도착하면서 김 위원장 탑승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여기에는 선발대만 탑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3시부터는 영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로 가는 길인 베이징 중심가 창안제(長安街)가 전면 통제됐다. 도로 곳곳에는 무장 경찰병력이 배치돼 철통경비를 섰다. 이어 김 위원장을 태운 리무진 등 차량 40여대가 오후 3시40분쯤 마치 카퍼레이드를 하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창안제를 통과하는 것이 목격됐다. 건강이 좋지 않은 김 위원장에게 일어날 수 있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듯 차량 맨 뒤 쪽에는 앰뷸런스도 눈에 띄었다.

댜오위타이 입구에서는 삼엄한 경비 속에 수백명의 해외 취재진들이 취재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 일행을 태운 승용차 행렬은 곧 바로 댜오위타이로 진입했다. 김 위원장은 댜오위타이에서 여장을 푼 뒤 오후 5시10분쯤 다시 정상회담을 위해 인민대회당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 도착하자 시내에 있는 주중 북한대사관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평소와 달리 김일성 배지를 달고 사복을 입은 10여명의 경비인력이 추가로 대사관 주변에 배치됐다. 또 검은색으로 내부가 가려진 미니버스와 승용차 3∼4대는 대사관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 일행이 있는 댜오위타이를 오가는 행사차량으로 추정됐다. 야간에는 대사관 건물 전체가 환하게 불이 켜져 비상대기 상황임을 읽을 수 있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