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사흘째] ‘이해’ 따라가는 美·中관계… 천안함보다 북핵에 무게 중심
입력 2010-05-05 18:26
워싱턴 외교관계자는 4일(현지시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미국 정부가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이 통보해 주지 않았으며, 그런 정황에 대해 내심 불쾌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은 천안함 사건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도 사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천안함 사건의 와중에 김 위원장 방중이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뜻을 중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후 방중이 이뤄지자 미국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확인했다.
미·중 관계가 김 위원장 방중으로 다소 어색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6자회담 재개 카드가 구체적으로 나오면, 미·중 관계는 유동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일단 미국은 고민을 하고, 중국은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김정일-후진타오 정상회담 결과를 중국으로부터 설명 들은 뒤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에 대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설득하라고 강력히 주문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이 6자회담 재개를 들고 나온다면 미국으로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이 전화통화를 가졌다. 두 사람은 6자회담 재개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미국이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알지 못했던 때이긴 하지만 6자회담 재개에 대해 양국이 이해를 같이하는 측면이 있다.
중국은 천안함 사건과는 별도로 6자회담 성사를 위해 의장국으로서 적극 중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 안정을 위해 조속한 6자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회담 당사국들이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을 분리해 다루도록 분위기를 몰고갈 가능성이 있다.
‘핵 없는 세상’을 추구하는 미국으로서는 천안함 사건보다는 북핵문제가 훨씬 큰 문제이다. 미국이 유연성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6자회담 재개 카드는 천안함 사건 때문에 서로가 불편하더라도 미·중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그래서 남북이 직접 부딪치는 천안함 사건을 조금 미뤄둔 채 미·중이 6자회담 재개 이슈를 일정 부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