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오랜만에 뭉친 가족들 “오늘처럼 화목 했으면…”

입력 2010-05-05 21:39

초록 물이 오른 가지들을 산들바람이 살며시 흔들었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은 아이가 힘껏 하늘로 뛰어오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88회 어린이날을 맞은 서울시내 공원과 숲에는 하루 종일 어린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5일 능동 어린이대공원에는 평소의 10배인 52만명(대공원 추산)이 몰렸다. 지하철 입구에서 대공원까지 100m 거리는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길게 줄을 서 순서를 기다리는 일이 지루할 만도 한데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은 없었다.

아빠와 함께 온 김우주(4)군은 “어린이날만 손꼽아 기다렸어요. 매일매일 어린이날이었으면 정말 좋겠어요”라며 해맑게 웃었다. 최재필(33)씨도 “오랜만에 아들과 함께 나왔다”며 “날씨가 좋고 사람도 많아 평소보다 활기가 넘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 잠실동 롯데월드에도 오전부터 일찌감치 인파가 넘실거렸다. 아이들은 손에 아이스크림, 풍선, 과자를 가득 들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녔고 놀이기구를 타고 싶다고 부모에게 응석을 부렸다. 아이들의 웃음은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가볍게 했다.

연세대 치대 사진동아리 ‘빛고을’ 회원 홍태영(28)씨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앵글에 담으면서 동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후 들어 날이 더워지자 광화문광장 분수대는 초여름 날씨를 즐기려는 아이들 차지가 됐다. 아이들은 높게 솟은 분수를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장난치다 온몸이 흠뻑 젖었고 엄마와 아빠는 그 모습을 카메라로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지은(11)양은 “엄마와 고궁박물관에 들렀다 너무 더워 분수대를 찾아왔는데 마음껏 놀 수 있어 무척 신나요”라며 즐거워했다.

여의도공원도 김밥을 싸들고 소풍을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가족들은 아이들과 함께 광장에서 배드민턴을 치기도 하고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기도 했다. 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주던 한 아빠는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도록 자전거 뒷좌석을 잡고 함께 달렸다.

답답한 도심을 피해 상암동 하늘공원을 찾은 사람들은 따가운 햇살에 얼굴이 발갛게 익었지만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휴일을 즐겼다. 공원 입구에서 야구 글러브를 끼고 아이와 공을 주고받기도 하고,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간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언덕을 오르던 최희영(39)씨는 “어린이대공원에 가려다 차가 막혀 이곳으로 왔다”며 “오랜만에 가족과 야외로 나오니 정말 기분 좋다”고 말했다.

백화점은 아이들에게 선물을 사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이들은 갖고 싶은 장난감을 골라 들고 부모를 졸랐고, 부모는 아이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혀 보느라 분주했다.

백화점 이벤트 홀에서는 얼굴을 하얗게 칠한 피에로가 기다란 풍선을 이리저리 접어 칼, 강아지, 하트 모양을 만들어 주자 아이들은 신기한 듯 탄성을 질렀다.

전웅빈 이용상 최승욱 유성열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