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테러 용의자 파키스탄서 훈련받아… 테러리스트 명단서 빠져 美안보 또 허점
입력 2010-05-05 21:15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폭탄 테러를 기도한 용의자 파이잘 샤자드가 파키스탄에서 폭탄 제조 훈련을 받았다고 자백했다.
미국 검찰은 그가 파키스탄 탈레반 근거지인 와지리스탄에서 훈련 받았음을 자백했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테러 기도가 국제테러 조직인 탈레반의 계획적인 범행인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미국인들이 더욱 경악한 건 그가 잠재적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라 있지도 않은, 부유한 집안 출신의 엘리트라는 사실이다. 샤자드가 1976년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파키스탄 페샤와르 지역의 이웃 주민들은 “테러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근방에서 소문난 부잣집에서 자랐고, 집안 누구도 무장단체나 지하드 조직은커녕 정당에도 가입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AFP통신이 5일 보도했다. 심지어 파키스탄에 머무르는 동안엔 수염도 기르지 않았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그의 아버지는 파키스탄 공군참모차장과 민간항공국 부국장을 지냈으며, 지금도 인근 데라 이스마일 칸에서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슬람 근본주의나 배타적 민족주의와도 거리가 먼 세속적인 가정환경 속에서 성장한 샤자드는 98년 미 코네티컷주 브릿지포트대학에 진학, 컴퓨터공학을 전공해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3년 전부터 코네티컷에 있는 마케팅 업체 어피니언그룹에서 재무분석가로 일하다 지난해 사직했다. 그의 아내 역시 미국에서 공부했으며, 지금은 2명의 자녀와 함께 파키스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들은 정보 당국이 지난 성탄절 여객기 테러 기도사건에 이어 이번에도 테러를 막지 못했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샤자드는 지난 2월 미국으로 귀국할 당시 이민 당국에 다섯 달 동안 파키스탄에서 부모를 만났으며, 아내를 두고 돌아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돼있다.
검찰은 샤자드를 국제 테러와 대량살상무기(WMD) 사용 기도 등 5개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샤자드는 유죄가 입증되면 종신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미국연방수사국(FBI)는 샤자드가 조사에 협력하고 있으며, 그로부터 유용한 정보를 제공받았다고 전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미국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지역 중의 한 곳에서 미국인을 살해하려는 테러 음모였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이번 사건 수사를 위해 미국과 파키스탄이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