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사흘째] 다롄 이어 톈진 간 이유… “개혁·개방 모델로 염두”
입력 2010-05-05 21:35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다롄(大連)에 이어 5일 톈진(天津)을 방문한 것은 향후 항만을 중심으로 한 북한의 대외 개방을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최근 특별시로 지정하고 적극 개발하고 있는 나선(나진·선봉)시의 성공 모델로 이 두 곳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이미 2004년 4월 21일 방중 당시 시찰했던 이곳을 6년 만에 이례적으로 다시 찾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또 톈진의 경우 중국의 대표적인 해외투자 유치 지역으로, 북한이 올 초부터 적극 나서고 있는 외자 유치 구상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위원장이 방문한 톈진 빈하이신구(濱海新區)는 ‘21세기 중국의 새 성장축’으로 제조, 물류, 금융, 첨단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경제중심지다. 베이징 남역에서 고속열차를 타면 54분 만에 빈하이신구 내 탕구(塘沽)역에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중국의 심장부와 연계돼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톈진이 고향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중국 지도부가 적극 육성하는 곳으로 4세대 지도부와 발전의 역사를 같이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기존 경제 개발이 동남부 연해 지역에 치중되면서 중서부와 북부 지역의 경제 성장이 뒤처지자 빈하이신구를 중심으로 수도 베이징과 허베이(河北) 산둥(山東) 랴오닝(遼寧) 등을 포괄하는 환보하이(環渤海) 지역 개발에 발 벗고 나서는 상황이다. 수도권 경제를 살리고 이를 토대로 인접 지역인 동북 3성과 중서부 내륙까지의 경제파급 효과를 보겠다는 의도다.
총 면적이 40㎢에 달하는 빈하이신구엔 세계 500대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전자 모토로라 도요타자동차 코카콜라 에어버스 등 120개 기업을 포함, 4500여개 기업이 진출해 있다. 유럽의 대표적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도 2006년 5월 이곳에서 A-320 조립생산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LG화학 금호타이어 등 한국 기업도 100여개나 입주해 있다.
금융산업도 적극 육성되고 있다. 중국 최초의 주식회사형 은행인 보하이은행을 비롯, 중국은행 공상은행 HSBC 같은 대형 은행과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들이 입주해 있다. 빈하이신구는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에 이어 중국에서 두 번째로 2006년 4월 ‘개혁시험구’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동북아 물류 허브를 꿈꾸는 톈진항의 연간 화물처리량은 7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달하며 매년 30% 이상 증가하고 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