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사흘째] “동선 숨겨라”… 톈진서 승용차로 바꿔 베이징 입성
입력 2010-05-05 21:35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당초 예상과 달리 5일 특별열차로 톈진(天津)에 도착, 빈하이신구(濱海新區)를 둘러본 뒤 승용차로 갈아타고 베이징에 입성했다.
전날 밤 다롄(大連)을 출발한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이날 오전 6시쯤(현지시간) 베이징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한때 혼선을 빚었다. 오전 6시를 전후해 특별열차가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베이징역과 베이징 남역에는 많은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경찰과 공안병력이 배치되는 등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두 역 부근에서는 일반인의 접근을 막기 위해 폴리스라인이 설치되는가 하면 다롄, 단둥(丹東), 푸순(撫順), 투먼(圖們), 난징(南京)에서 오는 열차편이 지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열차는 예상과 달리 오전 7시30분쯤 톈진 동역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베이징역 등 경비는 김 위원장의 동선을 보호하기 위한 위장에 불과한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장가오리(張高麗) 톈진시 서기와 황싱궈(黃興國) 시장 등의 환영을 받고 환담을 나눈 뒤 장가오리 서기의 안내로 빈하이신구로 가 보세구역과 항만시설을 둘러봤다. 김 위원장은 이어 톈진시 영빈관에서 장가오리 서기 등 지도자들과 함께 오찬을 한 뒤 오후 2시쯤 승용차로 베이징으로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고급 승용차 30여대가 톈진-베이징 간 고속도로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오후 3시부터는 영빈관인 댜오위타이(釣漁臺)로 가는 길인 베이징 중심가 창안제(長安街)가 전면 통제됐다. 도로 곳곳에는 무장한 경찰병력이 배치돼 철통경비를 섰다. 이어 김 위원장을 태운 것이 확실시되는 의전차량 30여대가 오후 3시40분쯤 창안제를 통과하는 것이 목격됐다.
댜오위타이 입구에서는 삼엄한 경비 속에 수백명의 해외 취재진이 취재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 일행을 태운 승용차 행렬은 곧 바로 댜오위타이로 진입했다. 김 위원장은 댜오위타이에서 여장을 푼 뒤 5시10분쯤 다시 정상회담을 위해 인민대회당으로 향했다. 인민대회당에서는 곧 바로 양국 간 정상회담이 열렸고, 이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만찬이 이어졌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앞서 톈진에 있던 특별열차는 오전 11시40분쯤 베이징역에 도착했다. 열차가 역에 도착하면서 김 위원장 탑승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여기에는 선발대만 탑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 도착하자 시내에 있는 주중 북한대사관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평소와 달리 김일성 배지를 달고 사복을 입은 10여명의 경비인력이 추가로 대사관 주변에 배치됐다. 또 검은색으로 내부가 가려진 미니버스와 승용차 3∼4대는 대사관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