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구제금융說에 세계 금융 휘청
입력 2010-05-06 00:28
‘스페인발 폭격’에 세계 금융시장이 연일 출렁거렸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주식시장은 5일(현지시간) 스페인도 그리스처럼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키로 했다는 루머가 강타한 여파로 이틀 연속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앞서 아시아 증시도 도미노 하락세를 보였다.
IMF 등이 전날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IMF는 4일 낸 성명에서 “IMF가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도 구제하기로 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스페인이 재정위기 타개를 위해 2800억 유로를 요청할 것이라는 소문으로 스페인 증시가 5% 이상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공포에 휩싸이자 IMF의 해명이 나온 것이다.
앙헬라 구리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도 거들었다. 구리엘은 4일 로마 기자회견에서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그리스와 비교하는 건 현실감이 없다. 스페인의 경우 국내총생산(GNP) 대비 부채 비율이 그리스의 절반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진화 노력도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금융시장은 지난달 28일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신용등급을 낮춘 스페인에 대한 불안한 시선을 아직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디스가 5일 포르투갈의 부채에 대해 경고하면서 그리스 재정위기의 전염 우려를 확산시켰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도 5일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상황과 관련, “부도 일보 직전이다. 조만간 공무원 봉급 지급이 중단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어 “그리스 재정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퍼질 수 있으므로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 여파로 이날 유럽 주가는 맥을 못추었다. 특히 스페인의 Ibex-35지수는 3.18% 폭락했다. 이틀 연속 8% 이상 빠진 것이다. 그리스 주가도 5%이상 빠지면서 전날의 폭락세를 이어갔다.
뉴욕 증시도 급락세로 출발했다. 아시아 증시는 전날의 유럽과 뉴욕의 증시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대만 가권 지수가 2.94% 폭락했고, 홍콩과 인도 증시 등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유로화 가치는 14개월래 최저로 떨어졌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는 5일 지난해 3월 이래 가장 낮은 1.28달러에 거래됐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