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탈락 현역 단체장들 독자 출마 러시… 6·2 지방선거 ‘무소속 돌풍’ 불까
입력 2010-05-06 00:24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단체장들의 무소속 출마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당의 무원칙한 ‘물갈이’ 공천과 ‘보복’ 공천, ‘사천’ 논란까지 겹치면서 곳곳에서 공천 불복 사태가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역 프리미엄에다 탄탄한 조직력을 배경으로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현역 단체장들의 무소속 출마 러시=지난 선거에서 수도권을 거의 싹쓸이했던 한나라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무소속 출마가 두드러진다. 서울에서는 한인수 금천구청장과 정송학 광진구청장, 김형수 영등포구청장, 최선길 도봉구청장, 맹정주 강남구청장 등이 공천에서 탈락하자 무소속 출마선언을 했거나 검토 중이다. 양천구에서는 무소속으로 당선됐던 추재엽 구청장이 이번에 다시 무소속으로 3선에 성공할지 주목을 끌고 있다. 추 구청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지역에서는 오세창 동두천시장과 임충빈 양주시장, 이진용 가평군수 등이 현재 무소속 단체장이다. 공천에 탈락했다가 당 최고위의 ‘공천보류’ 결정으로 막판 뒤집기를 노리는 김문원 의정부시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현역 단체장의 경우 4년 이상 다져놓은 지역 내 조직력을 무기로 적지 않은 위협이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이정문 전 용인시장을 민주당이 영입하려는 것도 그가 갖고 있는 조직력 때문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5일 “밑바닥 민심이 여당에 좋지 않은데, 현역 단체장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기초단체장 선거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야 텃밭인 영·호남도 무소속 바람=광주·전남에서는 무소속 전·현직 단체장 7명이 지난 3일 연대를 선언하며 민주당과의 대결구도를 형성했다. 노관규 순천시장, 박우량 신안군수, 이성웅 광양시장, 황일봉 광주 남구청장, 황주홍 강진군수, 신정훈 전 나주시장 등이다.
전북에서는 경선 방식에 불만을 품은 예비후보들의 무소속 출마가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 전주시장 경선 불참을 선언한 김희수 예비후보는 민주당을 탈당한 강광 정읍시장과 이건식 김제시장 등과 무소속 연대를 꾀하고 있다. 민주당은 텃밭에서 무소속 연대 바람이 거세게 일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자칫 호남지역 민심이 돌아서면서 수도권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남지역에서는 공천 불복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북의 경우 경주시와 경산시, 영주시, 봉화군, 영양군, 칠곡군 등에서 현역 단체장이 공천 불복을 선언한 상태다. 경남에서는 김종간 김해시장과 양동인 거창군수, 김한겸 거제시장도 무소속 바람을 타고 있다.
부산지역에서는 16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동래구 북구 금정구 등 8곳에서 현역구청장이 공천 탈락했다. 탈락한 구청장들은 대거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이다. 특히 동래구 연제구 금정구에서는 친박 의원들이 현역 단체장들을 탈락시키는 ‘보복 공천’을 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상태여서 탈락한 단체장들의 무소속 바람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무소속 바람에 대한 기대와 우려=무소속 단체장은 중앙정치에 예속되지 않고 독립된 지방정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역 의원들의 ‘민원’에서 자유롭고, 지역 주민을 위한 행정에 집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 현역 자치단체장의 무소속 출마 지역 상당수는 현역 국회의원의 사천(私薦)논란이 빚어진 곳이다. 자기 사람을 심어 놓아야 지역구 관리가 쉽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자체 행정이 왜곡되고, 지역 국회의원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중앙당에 의한 하향식 공천제도는 이미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고,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제도라는 점에서 향후 기초단체장만이라도 공천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자체장을 정당이 감시하지 않으면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 비리에 연루된 현역 단체장들을 중앙당이 공천에서 탈락시킨 경우도 적지 않다. 또 전국 지자체들이 빚더미에 앉은 것도 지자체장들이 아무런 통제장치 없이 부실행정을 벌이기 때문이란 지적도 많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무소속 출마 러시는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 절차가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무소속의 영향력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석철 한장희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