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韓·中 외교갈등과 냉엄한 국제정치
입력 2010-05-05 17:58
상하이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 지 사흘 만에 김정일 방중이 이뤄져 정부 입장이 난처해졌다.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주석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김정일 방중을 통보하지 않았다. 사실이 확인되자 외교부가 장신썬 주한중국대사를 불러들여 설명을 요구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협력을 부탁하자 후 주석은 우리 정부의 객관적 조사 방식을 평가했다. 김정일 방중은 그의 말이 진의를 감춘 외교적 답례사임을 확인시켜 준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중국을 납득시켰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정부는 아직 북한을 천안함 공격 주체로 분명하게 지정하지 않았고 객관적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다.
2008년 한·중 정상은 정치 군사 부문에서도 긴밀한 협력을 추구하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합의했다. 그렇다고 해서 한·중관계가 6·25전쟁을 함께 치른 북한과 중국의 ‘혈맹 관계’를 능가할 수는 없다. 우리 혼자 전략적 동반자란 말에 취해서는 안 된다. 중국의 한반도정책 기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으로 입증될 경우에 중국이 북한을 두둔할 수 없도록 하는 정지작업에 외교력을 쏟아야 한다. 납득할 수밖에 없는 증거 없이는 중국의 북한 감싸기를 바꾸기 어렵다.
기본 구도가 이런데 김정일 방중으로 인한 양국의 불편함이 외교 갈등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교부가 장신썬 대사를 불러들인 것은 외교절차상 합당한 일이다. 여기에 더해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그제 부임인사 차 방문한 장 대사에게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한 것으로 정부의 불만 표현은 충분했다고 본다. 김정일 방중이 어제오늘 갑자기 결정된 것은 아니다. 중국이 과거에 김정일 방중을 우리 정부에 사전 통지해 주었다면 모를까 이를 외교적 결례라고 흥분하는 것은 지나치다.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게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이다.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은 절대적이지만 우리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한·중관계가 냉각돼서는 안 된다. 김정일 방중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책을 세우는 게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