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클린 공천’ 말이나 말지
입력 2010-05-05 17:58
여야가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에게 약속한 ‘클린 공천’이 용두사미로 되고 있다. 공천 작업이 거의 마무리된 지금 각 당은 공천 후유증에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능력 있고 참신한 외부 전문가와 인재를 영입해 공천 혁명을 이루겠다던 다짐은 구두선에 불과했다. 외부 인사 영입은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명분으로 전락했다. 부적절한 인사를 후보로 확정했다가 비리가 들통나 공천을 취소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비리전력자, 성범죄자, 지방재정 파탄자를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큰소리쳤던 한나라당은 슬그머니 비리전력자 공천 신청 자격을 크게 완화했다. 민주당은 성희롱 혐의자를 영입했다가 당 안팎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공천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각 당이 실시한 후보자 여론조사는 조작 의혹에 휘말려 공정성을 상실한 경우가 적잖았고, 불분명한 이유로 공천자가 뒤바뀌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공천제도의 가장 큰 존재 이유는 정당의 책임정치 구현에 있다. 국민의 심판을 받기 전에 각 당이 먼저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1차 관문의 역할도 한다. 이처럼 중요한 공천이 후보자의 능력, 자질, 도덕성, 전문성보다 특정 개인이나 계파의 이익에 의해 좌우된다면 그것을 클린 공천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상당수 공천이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여야 공히 애당초 실천할 생각도 없었으면서 말로는 클린 공천을 외치며 국민을 우롱한 셈이다.
사실상 중앙당이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우리의 하향식 공천제도는 정치 선진국에선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 일반 당원이나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상향식으로 공천제도를 바꾸려는 시도와 움직임이 없진 않았으나 기득권자의 높은 벽에 막혀 정착되지 못했다. 밀실에서 진행되는 현행 공천제도의 근본 틀을 바꾸지 않고서는 클린 공천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누구나 승복하고 수긍할 수 있는 공천방식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아울러 기초자치단체 단위 선거의 경우 공천제를 폐지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