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해외 건축·토목 시장도 잡아라”

입력 2010-05-05 17:58

중동시장을 점령한 국내 건설업계가 아프리카, 아시아로 활동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국내 건설경기 부진을 해외에서 만회해온 건설업계는 지금까지 플랜트 등 산업설비 시장에 치중했으나 그 영역을 주택시장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해외플랜트 시장 확보 경쟁이 날로 심해지는 데다 시장 변화에 대비한 업종 다각화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카타르 도하의 포시즌 호텔.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이 이사 알 모한나디 카타르 도하랜드 최고경영자(CEO)와 ‘하트 오브 도하’ 프로젝트의 1단계 공사 계약을 맺었다. 2016년까지 카타르 수도인 도하를 최첨단 녹색환경도시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1단계는 왕궁 직속 건물을 신축하는 공사로 수주금액은 4억3000만 달러. 플랜트 사업 수주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음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이 10시간 가까이 비행기를 타고 직접 참석한 이유가 있다. 총 55억 달러(6조1400억원)에 달하는 복합개발사업의 차기 단계 공사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포석이 담긴 것이다.

SK건설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들어서는 3억2000만 달러 규모의 주택사업을 따냈다. 7층 규모의 아파트 3개동과 고급빌라 등 250가구 규모의 주거시설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SK건설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건축 분야가 침체돼 있어 해외를 통해 돌파구도 마련하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차원에서 고급 건축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주택시장의 활로는 중동을 넘어 아프리카와 가깝게는 동남아 등지로 확대되는 추세다. STX그룹도 지난 3월 아프리카 가나 정부에 100억 달러 규모의 가나 공동주택 건설 프로젝트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회사 측은 주택사업에 이어 중장기적으로 플랜트와 에너지, 조선 물류 등에도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계열사인 STX건설은 앞서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1억8100만 달러에 수주한 초대형 주택단지 준공 및 입주식을 가졌다.

STX 관계자는 “계약된 공사기간을 1개월 이상 단축하면서 현지 업계로부터 우수한 시공능력을 인정받았다”면서 “같은 발주사로부터 후속 공사를 추가 수주해 현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중견 건설업체인 원건설도 지난달 초 리비아의 토브루크 신도시 1단계 사업인 주택 5000가구 건설 공사를 따냈다. 자금사정 악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원건설이 계약파기당한 공사를 다시 따낸 것으로 수주금액은 9억4000만 달러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원건설이 리비아에서 진행 중인 여러 건설 현장에서 리비아 정부의 신뢰를 얻은 것이 수주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정보기획팀장은 5일 “건축, 토목 부문의 경우 2000년대 초반 이후 감소했다가 최근 몇 년 사이 실적이 향상됐다”면서 “이는 과거 비교적 단순한 공사를 수주하던 것에서 호텔, 고급주택 단지 등 고부가가치 공사를 수주한 영향이 크고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길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