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전쟁범죄와 천안함 사태
입력 2010-05-05 17:49
나치 총통 아돌프 히틀러가 유대인 학살을 위해 1935년 마련한 법이 뉘른베르크법이다.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나치 전당대회에서 채택된 이 법은 독일 내 유대인의 독일국적을 박탈하고, 유대인과 독일인 간 결혼은 물론 성관계까지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뉘른베르크에 위치한 특별법원에서는 이 법을 어긴 유대인들에 대한 재판이 이뤄졌다. 사형선고가 내려지면 특별법원 인근에서 총살이 집행됐다. 뉘른베르크가 나치의 상징으로 꼽히는 이유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역설적인 일이 벌어졌다. 전쟁에서 승리한 연합국이 헤르만 괴링을 비롯한 나치 지도자들을 재판하는 장소로 뉘른베르크를 택한 것이다.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괴링은 사형 집행 직전 자살했다.
전쟁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나, 전쟁범죄라는 개념은 이때 비로소 만들어졌다. 뉘른베르크 재판을 통해 독일 전쟁범죄자들을 처단하기 위해서다. 소급입법 논란이 있었지만, 정의(正義)가 논란을 잠재웠다.
당시 전쟁범죄는 대략 이렇게 규정됐다. ‘점령된 지역의 민간인들을 죽이거나 학대하고 노예노동을 위해서든 그 어떤 목적을 위해서든 다른 곳으로 끌고 가는 것, 전쟁포로나 해상에 있는 사람들을 죽이거나 학대하는 것, 이유 없이 도시나 농촌마을을 파괴하는 것….’
이후 필요할 때마다 전쟁범죄자에 대한 임시재판소가 운영되다 2002년에서야 유사한 성격의 상설 재판소가 생겼다. 반인도적 국제범죄를 처벌하자는 로마협약에 따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네덜란드 헤이그에 세워진 것이다. ICC는 2003년의 다르푸르 사태와 관련해 수단 대통령을 기소한 것 외에 우간다 내전과 중앙아프리카 내전 등을 다뤘다.
뉘른베르크부터 ICC까지 두루 언급한 이유는 천안함 참사에 대한 울분 때문이다. 우리 영해를 침범해 천안함을 기습 공격함으로써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적(敵)에게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마음이 간절하다는 얘기다. 천안함 공격이 전쟁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주모자를 ICC 같은 곳에서 엄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명백하게 북한 소행으로 드러난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순위가 될 것이고, 2순위는 아마 정찰총국장인 김영철이 되지 않을까 싶다. 김 위원장은 정치범을 무자비하게 숙청하고 처형한 점, 권좌 유지를 위해 주민들을 굶겨 죽인 점 등 이미 그 죄가 크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