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北 6자회담 복귀 카드에 韓·美·中 3국 대응은?
입력 2010-05-06 00:16
한국, 先 천안함 해결… ‘6자’도 대비
한반도 기류가 미묘하게 흐르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전격 중국을 방문해 5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천안함 사태에 6자회담 재개 이슈가 얹어지면서 관련 당사국 간 수 싸움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한·미의 대북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6자회담 복귀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내놨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천안함 사태에 휩싸인 한반도 분위기도 일거에 바뀔 수 있다. 이럴 경우 김 위원장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게 된다. 북한의 6자회담 재개 카드는 천안함 사태로 인한 남한 정부의 대북강경책을 사실상 무력화시킬 수 있다. 최소한 6자회담 내에서의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도 있다. 나아가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된 보다 전향된 자세를 미국에 보이면서 ‘선(先) 천안함 원인규명, 후(後) 6자회담 재개’이라는 한·미의 원칙을 교묘하게 흐트러뜨리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6자 회담 재개 카드가 불거지자 한국과 미국은 불편한 분위기다. 한국은 천안함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고, 북한 연루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아직 회담 테이블에 앉기는 어렵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진척되는 6자회담 분위기를 무시할 수도 없어 유연성을 갖고 ‘출구’를 대비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아직은 섣불리 6자회담 재개 문제를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며 일단 조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를 보는 게 중요하다”면서 “다만 조사를 신속히 마무리지은 뒤 천안함은 조사결과에 따라 대처하고, 6자회담은 6자회담대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을 연계시키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에 지나치게 매달릴 경우 6자회담 국면에서 한국만 고립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이 6자회담 재개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워싱턴 외교관계자는 진상규명 후 6자회담 재개라는 미국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6자회담 재개에 대한 북·중 논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오면 고민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천안함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미국으로서는 천안함과 6자회담 재개를 별도로 취급하는 투트랙 전략을 활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구나 북한의 조속한 6자회담 복귀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내내 강조해오던 것이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도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복귀를 또다시 강조했다. 또 “북한이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6자회담이라는 점을 그들(중국)이 강조할 것”이라며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 줄 것을 사실상 주문했다. 다만 그는 “6자회담 복귀 전에 천안함 조사가 끝날 것”이라는 전제를 달아 미 행정부의 복잡한 속내를 내비쳤다.
중국은 무엇보다 한반도 안정과 동북아 안보관리자 역할에 역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천암함 진상규명에 동의는 하지만, 북한 개입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추가 대북 압박 등에 적극 동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한반도 긴장지수를 낮추기 위해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펼 가능성이 높다. 6자회담은 중국이 글로벌 안보 어젠다 중의 하나인 북핵문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장(場)이기 때문이다. 또 미·중 G2체제를 다지는 효과도 있다.
6자회담을 활용해 동북아 안보논의에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러시아도 6자회담 재개에 적극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남도영 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