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홀로 축구 사역 떠나 맹활약 임흥세 선교사… 남아공 빈민가 아이들 5000명

입력 2010-05-05 17:43


다음달 월드컵축구대회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축구로 복음을 전하는 임흥세(54) 선교사는 현지 흑인 아이들의 스승이자 친구다. 3년 전 단신으로 현지에 들어간 그는 지금 ‘풋볼 ACTS 29’아래 30여 유소년 축구클럽을 세워 지도하고 있다. 축구로 사도행전 29장을 쓰겠다는 각오의 표현이다. 지금까지 무려 5000여명의 아이들이 임 선교사에게서 축구를 배우고 예수를 알게 됐다. 현지에서 펼쳐지는 그의 활약상은 한마디로 대단하다.

이쯤 되자, 국내서도 그의 활동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지난달 홍명보장학재단과 하나은행은 1억4000만원의 기금을 내놓아 현지에 천연잔디구장을 마련토록 해줬다. 경기도는 임 선교사에게 홍보대사를 제안하고 현지 어린이축구팀을 초청하는 등 1억여원을 지원했다.

수원컵 유소년축구대회 출전 등으로 최근 일시 귀국한 임 선교사는 지난 4일 국민일보를 방문, 그간의 선교활동과 앞으로의 포부를 들려줬다. 특히 그는 자신을 통해 아프리카 땅에서 펼치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진지하게 알렸다.

“하나님은 참으로 위대하십니다. 저 자신조차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그분은 남아공에서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게 해주셨습니다. 술과 담배, 마약에 찌들고, 문란한 성(性)으로 에이즈에 감염된 수많은 아이들에게 변화가 일어나게 해주셨습니다.”

임 선교사의 주 활동무대는 남아공의 행정수도 프레토리아시 외곽의 빈민촌 ‘이퀴지레템바’라는 곳이다. ‘희망의 별’이라는 뜻을 가졌지만 사람들로부터 철저히 소외된 이 지역에서 그는 아이들을 모아 축구와 복음으로 새로운 희망과 도전을 심어주고 있다.

그의 현지 사역은 그야말로 숨 가쁘다. 빈민촌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틈틈이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고아원과 소년원을 매주 한 차례씩 찾고, 거리의 부랑아들을 챙기는 등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8개 소년원의 청소년들을 위한 별도의 리그까지 만들었다.

“현재 관리하고 있는 30여개의 클럽 가운데 에이즈 소년들의 클럽에 각별히 신경을 기울입니다. 부모를 잘못 만났거나 한때의 실수로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의 슬픈 눈망울을 보면 절로 눈물이 납니다. 그들과 부대끼면서 예수님의 능력을 바라며 함께 기도하는 시간이 가장 소중합니다.”

임 선교사의 빛나는 활약에 따라 현지인들의 도움도 커지고 있다. 남아공 정부와 프레토리아시는 지난 연말 흑인 거주지역 중 가장 큰 쇼샹구베에 있는 8만여㎡의 학교 부지와 교사(校舍)를 축구선교센터로 쓰라고 내놓았다. 그는 최근 센터 안에 교회를 봉헌하고 현지인 흑인 목사를 담임으로 초빙했다.

임 선교사는 한국 축구계에서 명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서울 한영고와 인천체대에서 선수 생활을 한 그는 대학 졸업 후 체육교사를 하며 수많은 선수들을 조련했다. 김주성 홍명보 감독 등이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로 꼽을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저를 축구지도자나 봉사자 등으로 인식하지만 저의 분명한 정체성은 선교사입니다. 제가 하는 모든 일은 복음 전파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아공에서는 물론이고 한국의 여러 언론 보도에도 반드시 ‘선교’를 넣도록 하고 있습니다.”

알려져 있듯이, 남아공의 치안 상황이 좋지 않다. 임 선교사 역시 마약에 취한 사람으로부터 갑자기 테러를 당하는 등 여러 차례 위험한 지경을 겪었다. 하지만 ‘코리아, 미스터 림’이라면 너도 나도 나서서 보호해줄 정도가 됐다. 불과 3년 동안에 유명인사가 된 셈이다.

서울 광장동 광현교회(김창근 목사) 장로인 임 선교사는 2007년 4월 교회로부터 파송을 받아 남아공으로 떠났다(본보 2007년 4월 13일자 보도). 이후 그의 열정과 능력을 인정한 예장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와 세계스포츠선교회로부터도 연이어 파송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선교 사역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예고돼 있었다. 1980년 부인 양영선 집사와 결혼할 때 예물과 혼수를 팔아 선교비로 헌금하고 언젠가는 선교사로 떠나겠다고 서원했던 그다. 이후 축구지도자 생활과 스포츠용품 사업을 하면서도 틈틈이 선교사 준비를 했다. 그래서 그는 항상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런 그가 요즘 새로운 꿈을 품기 시작했다.

“3년 전 남아공으로 떠나면서 하나님 앞에 눈물로 다짐했던 걸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올리며 기도합니다. 최근부터는 남아공을 넘어 아프리카 53개국을 위한 새로운 선교 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고 있습니다.”

정수익 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