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의 음악이라고 웃기기만 한건 아니다
입력 2010-05-05 10:48
개그맨의 음악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예전과 달리 진지해졌다. 지난달 발매된 박명수의 디지털 싱글 ‘파이야(Fyah)’와 유세윤의 ‘두 유 워너 비 쿨?(Do you wanna be cool?)’이 신선한 음악적 시도로 호평받는 것. 이 노래들은 주요 음원 순위에서는 상위권에 오르며 인터넷에서 연일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장난으로 여겨지던 개그맨들의 음악이 새롭게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그맨의 음악세계 호평=그동안 개그맨들은 음악을 개그 소재로 이용했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닥터피쉬’나 ‘고음불가’ ‘드라이클리닝’ 등에서 보듯이 개그맨들은 음악을 웃기기 위한 장치로 활용했다. 하지만 박명수의 ‘파이야’나 유세윤과 하이브리드의 리더 뮤지가 결성한 유브이(UV)가 부른 ‘쿨하지 못해 미안해’는 코믹한 요소를 지녔을 뿐 진지한 음악 작업 끝에 내놓은 디지털 싱글곡이다.
‘파이야’는 히트곡 메이커 신사동호랭이가 작업하고 래퍼 길이 피처링에 참여한 곡으로 세련된 느낌의 클럽 사운드라는 평을 받는다. 유브이의 노래는 가수 타블로가 인정할 정도로 가수들 사이에서도 음악적 완성도를 자랑한다. 또한 유브이는 오는 21일 열리는 미국 가수 플로라이다의 내한공연에 게스트로 초대돼 뮤지션으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유세윤과 박명수는 꾸준히 음악을 추구했다. 유세윤은 미니 홈페이지를 통해 자작곡을 계속 선보였다. 박명수는 현재 4집까지 발매한 10년차 중견 가수다. 이들은 오랜 기간을 거쳐 음악 세계를 구축하면서, 개그맨의 음악은 완성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대중의 선입견을 깨뜨렸다.
배순탁 음악평론가는 “음악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해외 뮤지션의 공연에 게스트로 초청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개그맨은 웃겨야 한다는 선입견을 탈피할 만큼 이들의 음악은 색깔이 뚜렷하고 진지하다”고 분석했다.
◇천편일률적인 가요계에 일침=아이돌이 지배한 획일화된 음악시장에서 개그맨들의 노래는 신선함을 원하는 대중의 갈망을 채워줬다는 평이다. 두 개그맨의 노래는 틀에 박히지 않은 솔직한 가사가 돋보인다.
‘파이야’는 젊은 사람들이 내뱉는 감탄사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음율을 살렸다. ‘쿨하지 못해 미안해’에서는 “며칠 전에 0번으로 문자 보냈어… 나도 0번으로 문자 올 줄 알았어. 근데 없어. 486로도 보냈어. 1004으로도 보냈어” 혹은 “너의 일촌 댓글 파도 타고 널 볼 수 있지만. 초라한 나” 등 젊은층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랫말이 눈에 띈다.
노준영 음악평론가는 “현재 10∼20대 위주로 짜여진 싱글 시장에서 개그맨들의 솔직하고 톡톡 튀는 노랫말은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개그맨들은 아이디어와 표현력이 좋은데 그들의 신선한 시도가 아이돌 위주로 짜여진 뻔한 음악 시장에서 의외의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코믹 전문 배우 잭 블랙이나 아담 샌들러는 코믹하지만 완성도 있는 음악으로 작품성을 당당히 인정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개그맨들의 음악은 새로운 장르를 태동시킨 좋은 변화”라고 덧붙였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