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신의 깜짝 한수] 물가정보배 ● 김강근 6단 ○ 최철한 9단

입력 2010-05-05 17:36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의 기분을 느끼고파 서울에 있는 산을 올랐다. 산길을 오르다보면 한 길 정해진 코스대로 정상을 밟는 방법이 있고 이 길 저 길, 아직 포장 되지 않아 길이라 부르기엔 어려운 길 등 여러 갈래가 있다. 길은 처음에는 아무런 표지도 없는 길이었을 것이다. 그런 곳을 처음 가는 사람을 선구자라고 부르는데 내가 지금 가는 이 길은 길인지 아닌지 아득하기만 하다.

오늘 소개할 대국은 독특한 발상으로 또 다른 하나의 새로운 기풍을 창조해낸(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최철한 9단의 대국이다. 상대는 최근 결혼식도 앞두고 갑자기 좋은 성적을 내서 동료들을 놀라게 하는 김강근 6단.

실전도1을 보자. 백1에 흑2는 ‘중앙으로 한 칸 뜀에 악수 없다’라는 격언을 제대로 실행한 평범 속의 비범을 보여준 좋은 본보기다. 이 때 두어진 실전도2의 백1! 이 수는 필자로서는 바둑을 배운 후 처음 접하는 수다. 지금까지 내려온 기본 상식으로는 백a나 b가 가장 무난하다고 할 수 있는 정석이고, 그 다음으로 종종 두어지는 변화구는 백c의 눈목자로 두어 중앙을 중시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임기응변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실전의 백1이 호불호를 떠나서 현 상황에선 그 다음 두어진 백3과 호응되는 참신한 발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우선 한 눈에 보기에도 시원하고 또 상대적으로 흑은 갑갑해지는 느낌이다.

이에 흑은 4로 두어 안형을 차지하며 중앙의 흑 돌을 안정시켰지만 이에 백은 자연스럽게 우하귀를 지키게 되었고 선수를 잡아 백11의 급한 곳에 손이 돌아가게 되어 백의 구상이 상당히 일관된 느낌이다. 이렇게 착착 돌아가며 돌들이 하나하나 호응을 이루니,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돌을 의미 있게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 ‘무용지용’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영신<프로 4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