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주재 전군지휘관회의] 김 국방 “3월26일은 軍 치욕의 날”
입력 2010-05-05 00:39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4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지난 3월 26일은 경계근무 중이던 우리 함정이 기습받았는데 안보태세의 허점을 드러내고 소중한 전우들이 희생됐다는 점에서 통렬히 반성하며 국군 치욕의 날로 인식하고 기억할 것”이라며 보고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천안함 침몰 사고 발생 직후 일사불란하지 못했던 위기관리체계에 대한 자기비판과 함께 그간 우리 군이 국지도발에 소홀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했다. 또 남북 대치 상태의 장기화에 따라 군내 ‘항재전장’(恒在戰場·항상 전장에 있다는 것) 의식이 다소 이완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신 재무장을 강조했다.
장광일 국방부 정책실장은 “오늘 회의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뼈아픈 자기반성 그리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으며, 더 강한 군으로 거듭나기 위한 결의를 굳게 다진 자리였다”고 말했다.
대통령에 대한 보고에서는 ‘북한’이라는 표현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이는 천안함 사고가 북한 소행에 의한 것이라는 심증은 있지만, 아직 물증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원인 규명이 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군은 북한이란 표현 대신 ‘적대세력’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이 대통령 역시 모두발언에서 “국민도 불과 50㎞ 거리에 장사포가 우리를 겨누고 있음을 잊고 산 것도 사실이다. 천안함 사태는 이를 우리에게 일깨워줬다”며 북한을 암시하기는 했지만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회의에는 국방부와 합참을 비롯해 육군 중장급 이상, 해군과 공군 소장급 이상 지휘관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 장성들의 별 개수만도 220여개에 달했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