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전도 받아들인 한갑수씨의 변화… “아빠에게 믿음 주세요” 기도가 이루어졌다!
입력 2010-05-04 21:04
한갑수(43)씨는 예수를 믿기 전 사업과 스포츠에 미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판 가게에 자재를 납품하는 일 때문에 매일 자정이 돼서야 들어오고 주말이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축구, 등산, 수영, 쿵후, 패러글라이딩 등을 즐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는 가족을 돌봐 달라는 아내 김민영(39)씨의 요청을 냉정하게 뿌리쳤다. 일과 취미를 핑계로 가정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며 살았다. 그의 말대로 “아이들에게 화를 자주 내고 무릎에 앉기라도 하려면 떼어놓느라 바쁜” 아빠였다. 한번 일을 시작하면 끝장을 내고야 마는 성격에 아들 상우(13)와 딸 민지(10)가 교회에 나가자고 하면 “너나 가서 열심히 믿으라”며 핀잔을 주기 일쑤였다.
그러다 2008년 10월 큰 변화가 생긴다. 기독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는 두 자녀가 학교에서 배운 대로 아빠를 위해 기도를 시작한 것이다. “매일 아침 큐티 시간에 친구들에게 ‘아빠가 예수님을 믿게 해 달라’고 기도제목을 내놨어요.”(상우) “아빠에게 예수님을 믿어야 천국 갈 수 있다고 4통의 편지를 썼어요.”(민지)
아이들의 간절한 요구에 한씨는 되지도 않을 조건을 내걸었다. 악성 부채로 소문난 업체에서 이틀 만에 2000만원이 들어오면 교회에 나간다는 것이었다. 불가능한 조건이었다. 엄마와 아이들은 전심을 다해 기도했고 이틀 뒤 돈이 들어왔다. “정말 그날은 아이들과 덩실덩실 춤을 췄어요.”(아내)
교회의 ‘교’자도 못 꺼내게 했던 한씨는 11주간의 알파코스에 참여하던 중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 그리고 그의 삶은 180도 변했다. “예수를 만나기 전엔 제가 정말 착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예수를 믿고 나니 운동밖에 모르는 한심한 가장이더라고요.”
고집불통이던 남편이 아이들의 기도로 변화되는 과정을 지켜본 아내 김씨는 그저 감탄할 뿐이다. “부모를 일찍 여읜 남편은 자기 주관이 너무 강했어요. 자기가 싫다면 절대 안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화도 잘 내고 일방적으로 저를 무시하곤 했어요. 지금요? 가정이 평화로워졌어요. 아이들의 기도가 이뤄지는 것을 보며 정말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는 말씀이 생생하게 와 닿아요.”
한씨는 지금 교회생활에도 열심이다. 앞치마를 두르고 경기도 부천시 상동 우리교회(김의원 목사) 식당일을 맡을 정도다. 그리고 자진해서 두 달에 한번씩 성령체험 프로그램에 참여, 자신과 같은 시행착오를 겪는 가장들을 섬기면서 삶의 의미를 누리고 있다. “스포츠는 그날의 스트레스를 풀지만 누군가를 섬기면 한 달 내내 뿌듯해요. 봉사가 오히려 제 자신을 채워주는 것 같아요. 저를 위해 기도해 준 아이들이 고마워요.”
예수를 안 믿는 부모님을 둔 친구들에게 ‘선배’로서 충고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두 아이의 똑 부러진 답변이 돌아왔다. “건담 로봇은 한번 망가지면 끝나고, 보석은 잃어버리면 그만이잖아요. 아빠가 예수님 믿는 건 그보다 백배 천배 좋은 것 같아요. 열심히 기도하면 이뤄져요. 포기하지 마세요.”(상우) “믿는 대로 이뤄져요. 아빠가 예수님 믿도록 친구들에게 기도제목으로 내놓으세요.”(민지)
두 아이의 다음 기도제목은 이모부가 예수님을 믿는 것이란다.
부천=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