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탄두 5113기 보유… 전체 규모 사상 첫 공개

입력 2010-05-04 18:53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핵탄두 5113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정확한 핵무기 보유 규모를 극비사항으로 취급해 왔으며, 핵탄두 보유량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밝힌 건 사상 처음이다. 국무부는 지난해 말 1968기의 전략 핵탄두가 실전 배치돼 있다고 밝히고, 전체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었다.

국방부는 지금의 핵탄두 보유량이 가장 많았던 3만1225기(1967년)에 비해 84% 줄어든 것이며, 2만2217기(1989년)에 비해서는 75% 감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탄두 5113기는 작전지역에 배치된 것과 저장고에 보관 중인 것을 합친 규모이다.

국방부는 또 현재 보유 중인 핵탄두 5113기 이외에 해체를 기다리고 있는 퇴역 핵무기 수천기가 있다고 밝혔다. 비영리단체인 미국과학자연맹은 해체 예정인 핵무기를 4600기로 추산하고 있다.

국방부가 핵무기 보유량을 전격 공개한 건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8차 평가회의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공개를 천명한 뒤 즉시 이뤄졌다. 이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핵 없는 세상’을 구현시키기 위해 핵무기 보유량을 공개하고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들은 미 정부가 앞으로 핵군축 논의를 주도하며 구체적이고 가시적으로 실천해 나간다는 전략 아래 취해진 조치라고 분석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