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이틀째] 玄통일 불편한 심기 전달… 中대사 얼굴 붉혀

입력 2010-05-05 00:41

통일·외교 고위 당국자들이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를 잇따라 만나 중국 측에 불편한 심기를 전달했다.

중국이 천안함 침몰 사고 진상규명이 진행 중인 미묘한 시점에 우리 정부에 한마디 사전 언질 없이 한·중 정상회담 사흘 만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문을 수용한 데 대한 유감의 뜻이다.

중국이 김 위원장 방중에 이어 천안함 사고와 관련해서도 전략적 모호성을 계속 유지할 경우 한·중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4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장 대사를 면담했다. 지난 3월 말 부임한 장 대사가 인사 차 현 장관을 예방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현 장관은 “우리는 지금 천안함 사태에 직면해 있고 금강산 관광에서 북한은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한반도 정세가 어려운데 이럴 때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이 요구되고 (그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 장관은 또 장 대사에게 천안함 침몰 관련 조사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원인을 규명한 후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대사는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답할 수 없다”면서 “언론에서 취재하고 보도하고 있다”며 본질을 피해갔다.

이에 대해 중국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 정부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미리 알려주지 않으며 떠난 다음에야 알려준다”고 말했다.

앞서 신각수 외교통상부 1차관은 3일 장 대사를 외교통상부 청사로 불러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신 차관은 또 북·중 협의 내용과 결과를 알려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장 대사는 “알겠다”고 다소 냉랭하게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한·중 간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징후는 여기저기서 포착된다. 현 장관과 장 대사의 면담에 동행한 싱하이밍 공사 참사관이 현 장관 발언이 길어지자 한국말로 “지금 (언론이) 녹음도 하는 것이냐. 이거 너무 하는 것 아니냐”며 항의의 뜻을 노골적으로 피력한 것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특히 우리 정부 내부에서는 중국이 북한을 계속 후원하는 바람에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기보다 냉정한 자세로 대중(對中) 전략을 짜야 할 때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천안함 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지켜본 뒤 대응 방향과 수위를 정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말했다.

한·중 간 이상기류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할 경우 더욱 노골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가 선(先) 6자회담 재개를 우선시할 가능성이 큰 반면 우리 정부는 천안함 사태의 원인 규명을 앞세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