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휘발유값 2000원대 벽 깨졌다

입력 2010-05-04 18:36


국내 주유소 휘발유가격이 2000원대를 넘어섰다. 국내 기름값에 영향을 미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86달러를 돌파하며 연중 최고치 경신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4일 주유소 가격정보 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3일 현재 전국 평균 휘발유가는 1737.9원으로 전날보다 1.7원 상승했다. 특히 서울에서 가장 비싼 주유소로 꼽히는 여의도동 경일주유소는 ℓ당 2048원으로 전날(2008원)보다 40원이나 올랐다. 올 들어 국제유가 상승세와 맞물려 국내 유가도 지속적으로 상승, 서울 시내에서도 ℓ당 1900원대까지 가격을 올린 주유소가 잇따라 등장했지만 2000원을 넘긴 곳은 없었다.

특히 ‘심리적 마지노선’인 ℓ당 2000원대를 돌파한 주유소가 등장하면서 기름값 ‘도미노’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ℓ당 2000원대 벽이 깨지면서 주유소 간 기름값 올리기 경쟁이 붙을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과 비슷한 상황이 다시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계 경기회복과 투기자금 유입 등으로 두바이유도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3일 거래된 두바이유 가격이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0.35달러 상승한 배럴당 86.13달러로 연중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구자권 석유공사 해외석유동향팀장은 “투기성 자금 유입과 더불어 미국의 경기회복 기대감에 따른 영향으로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투기자금 유입 등이 이어진다면 추가 상승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멕시코만 원유 유출사고로 미국 백악관이 당분간 원유시추를 금지한다고 밝히면서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도 유가 상승세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유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우리 경제에 끼칠 부담도 커진다”면서 “경기회복이 지속될수록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제품가격으로 전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