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 삼성생명 실속은 ‘수급’에 달렸다

입력 2010-05-04 21:47


국내 생명보험 업계 1위라는 명성에 걸맞게 삼성생명의 ‘선수 입장’(공모주 청약)은 화려했다. 하지만 개인 청약자들이 실제 손에 쥐는 주식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제 관심은 오는 12일부터 시작되는 ‘본 경기’(상장) 이후에 집중되고 있다. 삼성생명의 압도적인 덩치와 투자자 관심을 고려하면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고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단하기 어렵다. 일단 긍정론이 대세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시중 부동자금 대이동, 배정받는 주식 수는 쥐꼬리=삼성생명에 몰린 20조원의 청약 증거금은 상당 부분 머니마켓펀드(MMF)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단기성 투자처에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4월 MMF 잔액은 전달보다 1조6400억원 감소했다. 증권사 청약 창구에선 청약자들이 CMA에 있던 돈을 청약계좌로 이체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이들 자금은 낮은 은행금리를 피하면서도 안정성을 따지는 부동자금인데, 삼성생명이라는 우량 투자처가 나타나자 일시에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뜨거웠던 청약 열기와 반대로 실제 배정되는 주식은 무척 적다. 이번 청약 증거금률은 50%였다. 1억원을 청약 증거금으로 내면 총 2억원을 주당 공모가 11만원으로 나눈 1818주가 신청된다. 그러나 청약 통합 경쟁률 40.60대 1로 계산하면 배당되는 주식은 45주(1818주÷40.60=44.78주, 0.6주 이상은 1주로 계산)가 된다. 어떤 증권사에 청약했느냐에 따라 실제 배당 주식 수는 달라진다.

◇주가는 한동안 ‘수급’ 따라 움직일 듯=전문가들은 상장 이후 삼성생명 주가는 당분간 기업가치보다 ‘수급’에 좌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시에서 실제 거래될 주식 수는 총량의 29%(5770여만주) 정도로 대형주 치고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삼성생명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할 비중 때문에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짤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종목이다. 삼성생명은 상장 직후 코스피 시총 5위 이상을 단숨에 꿰차고 오는 9월 코스피200지수 종목으로 특례 편입되는 게 확실하다. 이에 인덱스 펀드를 필두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입질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생명 기업 자체에 대한 평가도 좋다. 리딩투자증권 김호영 연구원은 “플러스 성장세를 지속하는 생명보험업계의 최대 수혜자는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중국 등의 경쟁 생명보험사보다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하면서도 기업가치가 2배 이상 저평가된 것도 외국인 눈엔 매력적이다.

증시 전체적으론 삼성생명이 고착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로 움직이는 물꼬를 터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생명 일반청약 환불액(18조8668억원) 중 상당액이 그대로 남아 증시에 투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상장이 시중자금의 움직임을 당기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삼성생명 주식을 내놓은 시중은행들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보험업을 포함한 전체 금융업종의 주가가 재평가되면서 증시 판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전문투자자 최모(54)씨는 “기업가치를 따져 9만∼10만원대로 예상했던 공모가가 실제론 너무 높게 책정됐다”며 “소문난 잔치 먹을 게 없다는 말처럼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할 변수도 많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