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무성 만장일치 추대… 골깊은 ‘친이-친박 화합’ 숙제

입력 2010-05-04 18:27


한나라당에 김무성(59) 원내대표 체제가 4일 공식 출범했다.

여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김 원내대표를 만장일치로 합의추대했다. 파트너인 정책위의장은 고흥길(66) 의원이 임명됐다. 또 재선의 이군현 의원을 수석 원내부대표로, 초선 비례대표인 정옥임 의원을 원내 대변인으로 하는 원내부대표단도 새로 구성했다.

김 원내대표는 수락연설에서 “한나라당이 ‘꼴통’ 이미지를 벗고 더 젊어져야 하며, 부자정당 이미지에서 서민 문제를 적극 해결하는 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법과 제도 정비, 복지예산 확대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주류 세력이 아닌 데다 한때는 친박근혜계 좌장으로 불리기도 한 김 원내대표가 새 원내 사령탑을 맡게 된 것은 이명박 정부 후반기를 맞이하는 여권이 국정운영 및 권력구도에 변화를 주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일부 친이명박계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가 화합형 인사라는 점 때문에 추대된 만큼 여권 내 친이-친박 간 화합을 위한 노력이 최우선될 전망이다.

김 원내대표는 “정권 재창출은 국민과 역사가 우리에게 부여한 책무이며 그 무엇도 정권 재창출보다 우선할 수 없다”며 “계파의 벽을 이제 같이 허물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사실상 1년 뒤부터 차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그 이전까지 친이, 친박계가 화합하지 않을 경우 정권 재창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 일각에서는 김 원내대표 체제 출범을 계기로 여권 내에서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위상에 걸맞게 예우하는 노력이 기울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는 의총 뒤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대표적 위치에 있는 박 전 대표에게 보고할 건 보고하고 상의할 게 있으면 그렇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계파 간 갈등을 부채질해온 세종시 문제도 양 계파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절충하려는 노력이 최대한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권 출범 이후 한시도 빼놓지 않고 첨예한 대척관계였던 야당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변화가 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흘러나온다. 여당 한 중진 의원은 “국정 후반기는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 널려진 일을 마무리하는 시기”라며 “앞으로는 야당과 너무 치받고 하는 것은 좀 자제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이-친박 간 또 다른 갈등 사안인 개헌문제와 세종시 처리과정에서 중재 역할에 실패할 경우 김 원내대표 체제도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4선의 김 원내대표(부산 남구을)는 제48대 내무차관 출신으로 15대 때 신한국당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한나라당에서 총재비서실장, 사무총장, 최고위원 등을 지냈다. 3선의 고 정책위의장(성남 분당갑)은 중앙일보 편집국장 출신으로 17대 때 정치권에 들어와 당 홍보위원장, 제1사무부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을 맡고 있다.

손병호 김나래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