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이틀째] 파격 공개 행보… 계산된 이목 끌기?

입력 2010-05-04 18:27

중국 방문 이틀째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파격 공개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안상 이유 등으로 철저히 ‘잠행’했던 과거 방중 행보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김 위원장이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단둥(丹東)을 넘어온 시각은 3일 오전 5시20분. 단둥 시민들이 조깅 등 아침 체조를 위해 압록강변에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이었다. 과거 방중 때 한밤중이나 새벽시간대를 이용, 은밀하게 넘어왔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중국에 들어온 뒤 김 위원장의 행보도 의외였다. 김 위원장은 통상 외부 노출을 꺼려 특별열차를 이용하는 관례에서 벗어나 단둥에서 다롄(大連)까지 승용차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진 시가 8억원을 호가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세단 ‘마이바흐’ 등 수십대의 차량 행렬은 보란 듯이 도로를 내달렸다.

그가 첫 방문지인 다롄에서 시내 한복판에 있는 시정부 광장 부근의 푸리화(富麗華)호텔을 투숙지로 잡은 것도 이례적이다. 해변에 위치해 보안 통제가 용이한 다롄항 영빈관 별장인 방추이다오를 택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푸리화는 5성급 최고급 호텔로 김 위원장은 신관 30층에 있는 750㎡ 규모의 ‘총통방

(presidential suite)’에서 숙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때문에 많은 언론에 김 위원장의 행방이 노출됐다. 선글라스를 끼고 다리를 저는 모습까지 포착될 정도였다.

김 위원장 일행은 다롄에 도착하자마자 오후 2시, 6시, 9시 등 세 차례 외출하기도 했다. 선도차량 4대가 이끄는 김 위원장의 차량 행렬은 승용차 10대와 25인승 중형버스 10대, 경호차 10대, 앰뷸런스 등 35대가 기본이다. 많을 때는 50대 가까이 되기도 했다. 이런 긴 차량 행렬 때문에 북한 방중단의 동선은 일반에 쉽게 노출됐다.

언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호텔을 드나들 때 로비를 이용한 것도 특이점이다. 과거에는 보안상 이유 등으로 지하주차장을 주로 이용했다. 김 위원장 일행을 태운 차량 행렬은 4일에도 다롄 교외에 있는 개발구 쪽으로 향하는 모습이 쉽게 노출됐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공개 행보에 대해 의도적으로 전 세계 이목을 끌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떳떳함을 의식적으로 과시하고, 자신의 건재함도 보여주기 위한 계산된 행보라는 것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 행보는 마치 보여주기 위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