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이틀째] 나진항 개발 모델 ‘다롄경제기술개발구’ 시찰

입력 2010-05-04 22:15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방중 이틀째인 4일 다롄(大連)시 교외에 있는 개발구를 시찰했다.

김 위원장 일행을 태운 의전차량들은 오전 9시30분쯤 숙소인 푸리화(富麗華)호텔을 떠나 30㎞ 떨어진 다롄경제기술개발구에 도착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다. 김 위원장 일행은 이곳에서 건설 중인 제3부두를 시찰하고 1시간30분 만에 호텔로 돌아갔다.

제3부두는 40만㎡ 규모로 컨테이너 적재, 보세물류, 자동차 선적 등을 하는 곳이다. 김 위원장이 이 곳을 방문한 이유는 나진항 개발의 모델로 생각하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2008년 다롄의 창리그룹에 10년간 나진항 1호 부두 개발권과 사용권을 준 데 이어 최근 추가로 10년간 사용기간을 연장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지린(吉林)성과 나진항을 중계무역과 보세, 수출가공이 가능한 국제 물류기지로 합작 개발키로 합의했다.

화폐개혁 실패 이후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나진항 개발 등을 통해 경제난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또 이곳을 방문함으로써 나진항 개발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오전 11시30분쯤 40여명의 중국인들이 버스에 나눠 타고 호텔에 도착, 김 위원장 일행과 오찬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롄시 고위관리와 기업인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관측됐다. 김 위원장은 이들에게서 북한의 개발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오후 4시쯤 김 위원장 일행이 호텔을 떠나는 것이 목격됐다. 호텔 내에 설치했던 보안검색대도 사라졌고, 삼엄한 호텔 경비도 풀렸다. 김 위원장 일행을 태운 고급 승용차 30여대는 어딘가를 갔다가 2시간쯤 뒤 다롄역에 나타났다. 김 위원장 일행이 방중 당시 타고 왔던 특별열차는 이날 내내 이곳에서 대기했다. 김 위원장 일행은 이 열차편으로 베이징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한때 김 위원장이 승용차를 타고 선양(瀋陽)으로 향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김 위원장을 영접했던 랴오닝(遼寧)성 간부들이 선양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일부 도로가 통제되고 승용차가 통과되는 것이 목격되면서 와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가극 ‘홍루몽’을 함께 관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피바다가극단은 6∼9일 연기자 198명이 출연하는 대형 가극 ‘홍루몽’을 베이징TV 대극장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이들 연기자들은 지난 3일 베이징에 도착했다.

공연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공연은 6∼9일 진행될 예정이지만 6, 7일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고 8, 9일 오후 7시30분 2차례 공연만 일반 관객을 상대로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이 그 중 하루를 택해 특별 비공개 공연을 관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의 짧은 방중일정을 감안할 때 공식 공연에 앞선 5일 별도의 장소에서 공연을 관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고전소설을 개작한 ‘홍루몽’은 1961년 김일성 주석과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이 함께 중국에서 관람한 작품으로 북·중간 우호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지난해 10월 방북했을 때에도 김 위원장의 안내를 받으며 평양대극장에서 ‘홍루몽’을 관람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