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주재 전군지휘관회의] 주적 개념 부활 검토… MB “50㎞ 거리의 장사포 잊고 살아”

입력 2010-05-04 22:29

청와대가 주적(主敵) 표현 부활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는 주적 부활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북한을 자극하고, 한반도 긴장 상태가 높아질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도 국회 답변 등을 통해 “주적 개념 자체는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다만 표현을 주적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검토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펴왔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4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 발언을 계기로 주적 표현 부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직접 주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대신 이 대통령은 “안보 대상이 뚜렷하지 않도록 만든 외부 환경이 있었고, 그로부터 비롯된 군 내부의 혼란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북한이라는 ‘안보대상’을 명확히 할 필요성을 강조한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또 “국민들도 불과 50㎞ 거리에 가장 호전적인 세력의 장사포가 우리를 겨누고 있음을 잊고 산 것도 사실”이라며 북한을 ‘가장 호전적인 세력’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주적 표현이 곧바로 부활될 것 같지는 않다. 청와대는 천안함 침몰 사고 원인과 주적 표현 부활이 연계돼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한 명확한 증거가 나온다면, ‘북한=주적’이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북의 소행임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을 경우, 주적 부활은 검토에 그칠 수 있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핵심관계자는 “천안함 침몰 원인과 연동돼 있다”고 말했다.

주적 표현이 다시 등장하게 되면, 6년 만의 부활이다. 주적 표현은 1994년 3월 남북한 판문점 접촉 당시 박영수 북측 대표(2003년 사망)가 “서울이 여기서 멀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되고 만다”고 발언한 것을 계기로 95년 국방백서에 처음 등장했다.

그러다 노무현 정권 때인 2004년 국방백서에서 삭제됐고, 대신 ‘직접적 군사위협’이라는 표현을 썼다. 2008년 국방백서에는 북한을 ‘현존하는 위협’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2010년 국방백서는 오는 10월쯤 발간된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