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주재 전군지휘관회의] “기업도 사고나면 10분내 보고하는데”… 환골탈태 주문에 150명 ‘별’ 고개 숙여

입력 2010-05-04 22:29

이명박 대통령이 4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직접 주재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회의에선 영해 내에서 우리 군 함정이 침몰한 불명예스러운 천안함 사건과 관련, 이 대통령의 신랄한 지적과 군 지휘관들의 통렬한 자성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이 대통령은 주요지휘관회의 비공개 부분에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군의 보고 지연 등을 엄중히 지적하면서 지휘관들의 인식과 태도 변화를 강하게 주문했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우선 군의 보고체계를 언급, “최적접(最敵接) 지역에서 벌어진 사고에 대해 보고가 늦어진 것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이 세계 곳곳에 나가 있는데 어느 해외 현장 한곳에서 사고가 나면 10분 안에 기업 총수에게 보고가 들어온다. 이번 구제역 발생 때도 10분 안에 나에게 보고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지휘관이 (생각과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일선 병사들은 이번에 구조 활동할 때 보니까 서로 전우애를 발휘하더라”며 군 고위 지휘관들의 환골탈태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밑이 바뀌어 있다고 해도 위가 바뀌고 전체가 바뀌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며 “대통령인 내가 바뀌어야 하듯이 지휘관의 사고와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여러분부터 솔선수범하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비공개회의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하기 직전, “(내가) 밖에서는 이런 말을 안 한다. 군의 사기와 위상이 떨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참석자는 “이 대통령의 말은 군에 대한 질타가 아닌, 엄중한 충고인 동시에 강력한 지시로 들렸다”고 말했다.

오전 10시30분부터 1시간가량 예정됐던 대통령 주재 회의는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회의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함께 국방회관에서 한식 오찬을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회의에 앞선 국민의례에서 국군 통수권자로서 회의를 주재한다는 점을 고려한 듯 가슴에 손을 얹는 대신 거수경례를 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