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NPT 8차 평가회의 美 “NPT 위반 대가 치를 것”-이란 “美 IAEA 이사 자격 정지를” 연설 충돌
입력 2010-05-04 18:18
미국과 이란이 3일(현지시간) 핵확산금지조약(NPT) 8차 평가회의가 시작되자마자 결국 한판 붙었다.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된 NPT 첫날 회의에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작심하고 먼저 공격했다. NPT 회의가 각료급 회의임에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것부터가 애초에 이번 국제무대를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로 파악됐다. 그는 이번 회의에 참석한 189개국 대표 중 유일한 정상급이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연설 대부분을 미국 핵 정책에 대한 비난과 이란이 핵무기 개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자국에 대해 핵 공격 가능성을 열어둔 미 정부의 핵태세검토(NPR)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미국은 과거에도 핵무기를 사용했고, 지금도 이란 등에 대해 핵무기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 같은 나라에 대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 자격을 정지시켜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믿을 만한 근거를 단 한 건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을 집중 난타했다. 특히 핵무기 보유는 ‘긍지’가 아니라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서방의 핵무기 보유국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와 함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핵 없는 세상’ 정책을 비웃으려는 듯 아예 그 시한을 정하는 인도적 운동에 동참하라고 촉구하면서 이를 위해 별도 독립기구를 설치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핵보유국 대표들은 그의 연설이 시작되자 퇴장해 버렸다.
나중에 연설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 대해 강력히 대응했다. 클린턴은 “NPT의 잠재적 위반자들은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이란, NPT를 탈퇴하고 핵실험을 한 북한 등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이어 “이란은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그들은 유엔 결의를 거부하고, 전 세계 핵무기 제거 노력을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회의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NPT 평가회의 메시지를 통해 클린턴을 측면 지원했다. 그는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는 나라들은 고립에 처할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볼 때 자신들의 의무를 무시한 국가들은 안보적으로 취약해지고 더 고립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란 정부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전적으로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안보리 결의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유엔 안보리는 핵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에 대해 추가 제재조치를 논의하고 있으며 이르면 상반기 중 제재 내용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