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큰 ‘군용품 마니아’… 軍 사격장 실탄 훔치고 사제폭탄 만들어 유통
입력 2010-05-04 18:30
군용 실탄을 훔치고, 사제 권총과 폭탄 등을 만들어 국내에 유통시킨 일당이 붙잡혔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4일 군부대 사격장에서 실탄을 훔치고 사제 총기와 폭탄을 제작·유통한 혐의(군용물 절취 등)로 박모(30)씨를 구속하고, 판매책 장모(26)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십 차례 경기도 연천의 예비군 사격장에 침입해 실탄 32발, 공포탄 328발 등 360발을 훔친 혐의다. 또 군부대 주변 고물상과 중간판매상으로부터 사들인 부품을 이용해 사제 총기와 폭탄을 제작하고 유통시켰다.
육군 중사 출신인 장씨는 미군용품 전문 중개인으로부터 구입한 미군용 야간투시경 2개를 개당 120만원씩 받고 인터넷을 통해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군용품 마니아인 박씨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얻은 정보로 자신의 집 창고에서 사제 권총과 폭탄을 직접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폭탄은 50㎖ 유리병에 폭약을 넣어 8V의 전류를 가하면 폭발하도록 제작됐다.
박씨와 장씨는 서바이벌 게임 동호회에서 활동하며 총기와 폭탄 제작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야간투시경 등을 일본에 판매하려다 검거돼 미수에 그쳤다.
경찰은 박씨 집에서 실탄 75발을 비롯해 연막수류탄, 군용 전화기, 대검 등 군용품 150점, 대전차 고폭탄피와 방독면, 방탄헬멧 등 미군용품 292점, 사제 권총 2점, 사제 폭탄 1점, 모의소총 11점 등을 압수했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군용품을 수집하기 위해 집 주변 사격장에 들어가 실탄 등을 주웠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씨가 군부대에서 실탄 등을 훔친 경위 파악에 나섰고, 박씨에게 군용품을 판매한 군부대 주변 고물상과 중간판매상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