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비판 현수막, 명예훼손 아니다”… 법원 1심 깨고 무죄 선고
입력 2010-05-04 18:12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한정규)는 4일 회사 건물 앞에서 정리해고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집회를 연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H생명보험사 해고복직투쟁위원장 김모(48)씨 등 6명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집회가 열린 경위와 구호, 당시 상황 등을 종합하면 현수막의 주된 목적은 회사의 사회적 평가를 낮추는 데 있기보다 해고가 부당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복직을 요구하려는 데 있다”며 “이는 보험사 및 그 근로자와의 관계에서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현수막에 기재된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피고인들의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김씨 등은 2008년 9월 초 H생보사 앞에서 ‘흑자 나는 회사에서 정리해고!’ 등의 현수막을 게시하고 “원직복직, 해고철회”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후 김씨 등은 회사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약식 기소됐고 벌금 100만원의 명령을 받자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기업 이미지가 중요한 보험사에 피해를 줄 의도가 엿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적시된 내용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피고인 1인당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