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 순풍의 돛… 2010년 아프라막스급 이상 중대형 유조선 싹쓸이

입력 2010-05-04 21:39


삼성중공업은 미국 셰브런과 16만CBM(입방미터)급 LNG(액화천연가스)선 2척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수주액은 총 4억 달러로 알려졌다. 한국 조선사가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을 수주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5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 조선업계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 경제회복으로 석유 등 원자재 수요가 증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유조선의 경우 석유 메이저들과 해운사들이 원유 및 석유제품 운반을 위해 발주를 늘리면서 세계 10위권 조선사(2009년 기준) 중 7곳이 있는 우리나라가 물량을 싹쓸이하고 있다. 신조선(새로 짓는 배)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어 업계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 집계 결과 올 들어 지난달 22일까지 수주계약이 체결된 원유운반선 및 제품운반선 등 유조선은 총 60척. 이 중 한국 조선사들이 45척을 수주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27척밖에 계약되지 않은 아프라막스급 이상 중대형 유조선은 모두 한국 조선업계가 휩쓸었다. 금액으로는 총 18억 달러 규모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2일 세계적으로 올해 처음 발주된 11만5000DWT(재화중량톤)인 아프라막스급 유조선 9척(5억 달러) 모두를 그리스 해운사로부터 수주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수주한 중대형 유조선은 20척에 달한다.

한진중공업도 16만DWT(수에즈막스급) 2척을 수주했다. 또 한국이 지난해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한 초대형 유조선(VLCC)은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31만8000DWT 3척, 대우조선해양은 31만7000DWT 2척을 계약했다. 올해 발주된 VLCC 5척을 싹쓸이한 셈이다.

국제해사기구(IMO)가 기름유출 등 해양오염을 막기 위해 2015년부터 이중선체 유조선만 운항할 수 있게 함에 따라 수주 물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중소형과 달리 품질이 보장돼야 하는 중대형 유조선은 선주들이 기술력 좋은 한국 조선사들에 맡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단일선체선 퇴출도 가시화되면서 유조선 공급 과잉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유시추 등을 위한 해양플랜트 수주도 회복세다.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수주액이 28억 달러에 달했다. 수주 가뭄을 겪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2억2000만 달러)보다 10배나 늘어난 것.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7억 달러에 그쳤던 해양플랜트 수주액이 4월 말까지 13억 달러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이 유조선 및 해양플랜트 발주로 계속 이어질 경우 사상 최대 실적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