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보역량 실천적으로 재정립해야

입력 2010-05-04 18:01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주재하고 안보태세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기구를 구성해 우리의 안보역량 전반, 위기관리시스템, 국방개혁 등을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키로 했다. 대통령실에 안보특보를 신설하고, 위기관리기능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안보시스템의 잘못된 부분이 바로잡히고 안보역량이 강화된다면 천안함 사태의 전화위복이라 하겠다.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우리 군의 제도적 문제점들이 우후죽순처럼 드러났다. 육상전 중심의 작전체계, 군령권은 합참의장에게 있고 군정권은 참모총장이 갖는 이원 지휘체계, 잠수함 특수전 등 북한의 장기에 대한 대응책 미흡, 합동에 의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육·해·공군의 배타성 등이 그것이다. 첨단 무기의 발달은 잠수함이 지상 목표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공군이 바다에 기뢰를 뿌리는 식으로 재래식 전투 개념을 바꿔놓고 있다. 군의 작전과 조직도 융합형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조직, 무기, 문화 모두를 바꾸라는 대통령의 요구는 군에 던져진 무거운 과제다.

그러나 제도적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천안함 사태 초기 대응에서 드러났듯 부실한 긴급대응 자세, 느슨한 기강, 안이한 정보 판단 등 인적 요인에 대한 쇄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국방비를 투입하더라도 고장난 벤츠를 갖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창군 62년 만에 처음으로 대통령이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주재한 것도 군의 기강을 새롭게 하려는 뜻일 것이다. 적을 적이라 부를 수 없었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해이해진 군의 안보의식이 천안함의 비극을 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군통수권자로서 과거의 혼란을 정리하고 누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인지 정확하게 적시해 줄 의무가 있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 원인이 밝혀지면 그 책임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물증 확보에 집착한다면 원인 규명은 장기화될 수 있다. 지금까지 정황으로는 북한 소행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물증 확보 이전이라도 저강도(低强度) 응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