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린이날에 다시 생각하는 어린이

입력 2010-05-04 18:00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대한민국 어린이헌장’에 명시돼 있는 대로 어린이는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속에 자라야 하며, 해로운 사회 환경과 위험으로부터 먼저 보호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어제 우울한 소식들이 잇따랐다. 하나가 실종 아동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4066건이었던 어린이 실종사건 발생 건수가 2008년 9470건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해마다 1000건 이상씩 증가한 셈이다. 지금까지 부모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은 2만여명으로 추산된다.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어린이날인지조차 모른 채 극도의 불안과 공포 속에서 지내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아이를 잃은 부모 심정 역시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어린이날이면 실종된 자녀 생각에 더 큰 고통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반드시 자식을 만나고야 말겠다는 일념에 직장마저 그만두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실종된 지 11년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구 ‘개구리 소년’ 사건, 여중생을 엽기적으로 살해한 ‘김길태 사건’ 등 어린이와 청소년을 상대로 한 끔찍한 범죄들은 실종아동 부모들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설문조사 결과도 침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건강 교육 지수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지만, 스스로 느끼는 행복의 정도는 매우 낮았다.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삶의 만족도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떨어졌다. 경쟁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어른들의 강압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불행하다고 생각하도록 만든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실종아동이 없고, 어린이 모두가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회가 되도록 정부와 시민단체, 그리고 부모들이 한층 분발해야겠다.